김만복의 정신나간 행동, 사임 관계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정우택 논설위원>
김만복 국정원장이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배신하고 이명박 당선인에게 잘 보이려고 하다 제발에 걸려 넘어졌다. 정권 교체기를 틈타 자신의 입지도 세우고, 새 대통령에게 환심을 사서 한번 더 자리를 지키고 싶었지만 그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김 국정원장은 15일 지난해 대선 전날 북한을 방문,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과 나눈 대화록을 유출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 국정원장의 사임과 관계없이 그를 조사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국정원장이 북한쪽 파트너를 만나 나눈 얘기는 대선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 “새 정부가 더욱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다”는 등 이명박 당선인을 의식한 내용들이다.

그런 얘기만 나누었는지, 아니면 많은 얘기 가운데 이명박 당선인과 관련된 내용만 뽑아서 언론에 자료를 주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정황으로 볼 때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명박 당선인에게 나쁜 얘기를 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국정원장이 왜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내용을 일부러 흘렸는지는 조사를 해봐야 안다. 하지만 이 명박 당선인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이 명박 당선의 마음에 들면 좀 더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의 행동은 한 나라의 정보 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다. 한 나라의 정보 책임자가 북한 측 파트너와 나눈 내용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흘린다는 것은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김 국정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대북정책을 추진해했던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은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김 국정원장은 물러날 생각을 해야 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면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국정원장의 처신이 무리를 빚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샘물교회 성도들이 아프카니스탄에 인질로 억류되었을 때도 현장에 나타났다.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사태수습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지만 한 나라의 정보책임자가 아무데서나 위험지역에서 얼굴을 노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의 행동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을 배신한 꼴이 되고 말았다. 어떤 의도가 있었든, 순수한 생각이었든지 간에 결국은 노무현 대통령을 물먹인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기껏 키워주었더니 나를 배신해'라고 할 만하다.

김 국정원장의 처신은 이명박 당선자에게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책임자로 일했던 사람이 금방 마음이 변해서 이명박 당선인에게 추파를 보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사람은 이 명박 당선자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주문한다면 김 국정원장이 방북해서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당장 자기를 임명한 대통령을 배신하고 새로운 사람에게 붙으려 하는 것을 보면 북한에서 무슨 말을,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행적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국가 정보원장은 최고의 정보 책임자다. 그래서 그의 행동은 늘 감추어져 있다. 앞으로 누가 국정원장이 되더라도 김만복과 같은 정신나간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서도 안 되고, 상황에 따라 사람을 배신하고, 아첨해서도 안 된다. 오직 국가의 안보에만 매달렸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음지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의 기를 돋구어 주는 것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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