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정책 방향 잘 설명” 기업들 “정부 대화 의지에 만족”…‘법 준수 강조’ 없어 아쉬움 남아

▲ 인사말을 마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의 간담회가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도, 4대 그룹도 대체로 이번 만남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날 간담회는 기업들의 영업상 기밀 등을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논의된 내용은 재벌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는 정책의 방향과 속도 등 전체적인 그림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들도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을 냈고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업인들의 자발적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한 뒤 “그러나 한국경제와 우리 기업에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단서를 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 말은 굉장히 강한 어조였지만 대화를 끝내고 나온 4대 그룹의 반응이 예상 외로 밝았다는 점은 반추해 볼 만하다.


종합해보면 기업들이 대체적으로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여러 규제에 대한 부분은 개별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일방적인 규제는 않겠다는 얘기다. 기업 스스로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한다는 앞선 인사말을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용은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입장에서는 정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협치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을 잘 따르겠다고 기업들이 밝힌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변화를 갈망하는 측에서는 저격수의 총구가 구부러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만하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사자료 제출하지 않아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행위, 목적이 빤히 보이는 기업결합 행태, 반복적인 법위반행위, 하도급업체로부터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 등 규제 요건이 한층 더 강화된 개정안이었다. 정부 정책 방향을 잘 따르는 것에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이 법 준수다. 법을 강화해 놓고 잘 지켜달라는 말은 없이 정부 정책만 잘 따라달라는 식의 설득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번 간담회의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재벌의 대표하는 4대 그룹이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재벌들을 달래는 자리였음은 확실해 보인다. 그동안 재벌들의 불법행위에 몸살을 앓았던 중소기업들이나 보다 급진적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법부터 준수하라”는 엄포가 있길 바랐을 것이다.


재벌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영을 한다면 공정사회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자연스럽게 잘 맞아 돌아갈 수 있다는 명제는 ‘참’에 가깝다. 돈 잘 버는 재벌들의 경영 악화를 바라지도 않는다. 문제는 재벌들이 얼마만큼 법을 잘 지키느냐는 것이다.


서로 웃는 낯으로 간담회장을 나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김상조 위원장의 바람처럼 재벌들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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