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사태' 당시 장인에게 불리한 증언 이력 눈길

▲ 최태원 SK그룹 회장


[투데이코리아=이주용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대가성을 입증하는 듯한 증언을 내놓은 가운데 그의 과거 '생존왕' 이력이 눈길을 끈다.


최 회장은 지난 88년 노태우 전 대통령 딸인 노소영 씨와 결혼했다. '정략결혼'이라는 의혹이 쏟아진 가운데 SK그룹은 승승장구했다. 결혼 이듬해인 89년 본격적으로 이동전화 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90년에는 선경정보시스템(주)를 설립했다.


정부는 90년 6월, 이동통신 경쟁체제 도입 방침을 확정했다. SK그룹은 최 회장 주도 하에 이동통신 사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92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당시 돌연 사업자 선정기준을 변경하는가 하면 주관적 평가 배점에서 SK그룹에 높은 점수를 준 정황이 나타났다.


그러나 93년 4월 한겨레신문이 최태원·노소영 부부가 20만 달러를 미국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11개 은행에 분산예치했다가 기소됐다고 보도하면서 위기가 닥쳤다.


최 회장은 94년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지만 결혼축의금이라고 주장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재차 검찰에 소환되자 분산예치 자금은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준 돈임을 실토했다.


정경유착에 따른 부정축재 혐의로 수사받던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사위인 최 회장 진술 등에 의해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97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 추징금 2628억 원을 선고받고 철저히 몰락했다.


최 회장이 2015년 부인 노소영 씨와 이혼을 계획 중이라고 발표한 배경에는 이같은 처가와의 불편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각 계에서 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수사와 관련해서도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사면을 박근혜 정부에 요청했다고 실토했다.


2015년 8월경 이영희 당시 부사장을 팀장으로 하는 '최재원 부회장 사면을 위한 TF팀'을 그룹 내에 설립했다며 작년 2월16일 박 전 대통령을 실제 독대했고 조카를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면세점 청탁을 한 점도 시인했다.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대가성을 인정하는 듯한 증언도 내놨다.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을 불러내 SK가 재단출연금을 얼마나 냈는지 물은 뒤 자신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폭로했다.


정경유착 비판이 나올 정도로 장인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음에도 장인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내놓고 큰 처벌을 면한 최 회장이 이번에도 청탁 대상자였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폭로로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그 때 그 때 권력 눈치만 보는 '정권바라기'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SK 측은 박근혜 정부에서 실질 혜택을 본 것은 없다며 정경유착을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 아닌 양심에 따른 진술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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