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모든 날의 촛불’ 광화문 광장 야외 상영회 진행

▲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영화 '모든 날의 촛불'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180일 동안 23차례 진행된 촛불집회에 대한 기록과 촛불의 미래를 담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영화 <모든 날의 촛불> 상영회가 24일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 세월호 천막 옆에서 열렸다.


상영회 도중 많은 비가 내렸지만 이날 모인 300여 명의 시민들은 주최 측에서 제공한 우비를 갖춰 입고 자리를 뜨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관람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주문을 읽는 장면이 나올 때 간혹 눈가를 훔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 이날 상영회는 세월호 천막 바로 옆에 임시 좌석을 마련했다.


<모든 날의 촛불은> 총 3편의 다큐멘터리를 모은 작품이다. 23차례 집회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담은 ‘광장@사람들’(김환태 감독), 그 때의 광장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 혹은 어떤 시간이어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광장에서’(최종호 감독) 그리고 광장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이고 일상의 현장에서 촛불을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색해 보는 ‘일상의 촛불’(김수목 감독)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제작과 배급을 맡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한 점의 촛불이 돼 거리로 나섰을 때, 촛불은 단지 임기가 1년 남은 대통령의 퇴진만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6개월 동안 타오른 촛불은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승리했다. 소중한 승리의 기억을 안고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쓰여진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한 점이 되었던 촛불의 마음을 들어보며 더 많은 민주주의의 광장을 열기 위해 일상으로 촛불이 옮겨 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 편의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세상이 금방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일상의 촛불’에 등장하는 옥임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여전히 차별 받고 있다. 안산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는 미순은 경기가 너무 안 좋아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버겁다. 대학생 선영은 수능 이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쉬고 자신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지만 미래가 불안하다.


▲ 상영회가 끝나고 무대에 오른 감독들과 관계자들.


영화는 "중요한 것은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옥임이 1년을 투쟁해 얻어는 휴식 시간 보장, 미순이 알게 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선영이 행동하며 얻어 낸 결과물들. 만약 변화가 더디다고 행동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것들이다.


미순은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가운데는 항상 돈이 있는 것 같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며 웃어 보이고 “다만 내가 떠나고 싶을 때 여행 갈 수 있고 먹고싶을 때 먹고 사고 싶을 때 살 수 있는 만큼만의 돈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국정농단 사태도 더 많은 돈, 더 많은 욕망이 만들어 낸 것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


영화 상영이 끝나고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세 명의 감독들은 못 다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기 위해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상영회를 함께 한 4.16가족협의회 단원고 2학년 7반 오영석 군 어머니 권미희 씨도 무대에 올랐다. 권 씨는 “지금까지 함께 싸워주신 촛불 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수습자 모두가 돌아오면 안산에 4.16안전공원을 만들어 8곳에 흩어진 우리 아이들이 한 곳에 있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치지 않은 비는 마치 “아직도 갈 길어 멀었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편, 23일에는 그날들의 생생한 기록을 담은 10편의 다큐멘터리를 모은 영화 <광장> 상영회가 진행됐었다. 영화 <광장>과 <모든 날의 촛불> 상영을 원하는 공동체는 배급사인 시네마달(02-337-2135 혹은 cinemadal@cinemadal.com)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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