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한나 김 1인 기획으로 10년째 전세계 참전국서 평화집회 진행

▲ ‘Remember 6·25 평화집회’ 개막축하 행사로 난타가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 ‘Remember 6·25 평화집회’ 개막 행사로 어린이 합창단이 태극기를 들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6월 25일 오후 6시25분에 시작된 행사는 정확히 7시 27분까지 쏟아지는 비에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열린 ‘Remember 6·25 평화집회’는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재미교포 한나 김(한국 명: 김예진)이 기획한 것이었다.

▲ 재미교포 한나 김이 왼손에 촛불과 오른손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있다.

34세의 한나 김은 개막식 공연이 끝난 후 감사 인사와 함께 이번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오늘 평화집회는 전쟁이 시작된 6월 25일과 정전협정이 맺어진 7월 27일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오후 6시 25분에 시작해 오후 7시 27분에 촛불을 켜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래서 제목도 '리멤버6.25'에요. 이 곳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따로따로 열렸는데 이제는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됐던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평화 통일을 기원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이와 세대를 떠나 태극기와 촛불을 함께 들고 6.25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나 김씨는 여섯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후 친한파인 찰스 랭걸 전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실에서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그녀는 10년 전 교통사고 이후 관심을 갖고 있던 6·25전쟁을 기억하고 참전국 용사들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한국전쟁을 추모하고 기념하는 행사였다.

▲ IWPG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한나 김

우선 한나 김은 실천 가능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매년 한국전쟁 추모 및 평화 통일 기원 행사를 여는 것,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로서 미국 공식 기념일로 제정하는 것, 그리고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시민단체 '리멤버 727'을 꾸려 2008년부터 휴전기념일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매년 7월 27일께 워싱턴DC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오후 6시 25분에 모여 7시 27분에 촛불을 켜고, 한국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며 평화 통일을 기원했다.

2009년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기념일' 법안을 의회에 청원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이자 미국 내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인 랭글 전 하원의원의 도움으로 매년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로 제정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 돌아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UCLA에서 전문경영인 과정을 수료한 뒤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대학원에서 입법 등 의회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교관을 꿈꾸던 그는 미국에서 6·25 전쟁이 '잊힌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리며 젊은 세대는 6·25 전쟁을 잘 알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바꾸고 싶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윗세대의 희생과 민족의 비극을 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랭글 전 의원이 정계를 은퇴하면서 함께 워싱턴을 떠났다. 이후 그는 세 번째 목표였던 '참전용사 이야기 기록'에 나섰다.

그녀가 한국에 알려진 것은 올해 1월 19일부터 4개월간 전 세계 25개국을 돌면서 한국전 참전용사 200여명을 만나면서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부터다. 김씨는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내가 있는 것"이라면서 “6·25전쟁은 우리 민족의 최대 비극”이라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등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그녀가 10년째 이어온 6.25추모행사의 연장이다. 광화문광장에서 67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세계여성평화그룹(IWPG)한국본부회원들과 주위의 많은 지인들이 난타, 독창, 무용, 합창 등의 개막행사를 비롯해 촛불 등 각종 물품을 무료로 지원했다. 그녀의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6·25전쟁을 기억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줘 고맙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한나 김은 “자신이 한국에 없더라도 내년에 꼭 6·25전쟁을 기억하는 민간 차원의 행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녀는 “최근 한미관계와 북-미관계에 여러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6·25전쟁을 되새길 수 있는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일이 결국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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