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남쪽 출입구에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 오픈...공연자료, 자필악보, 일기, 메모, LP음반, 미공개 사진 전시

▲ 김광석 길 북쪽 출입구에 세워진 기타치는 김광석 모형 (사진=최치선 기자)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당일치기 대구여행이라면 어디를 먼저 가야 할까? 정답부터 말하면 재미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하 김광석 길)을 꼽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2010년 11월부터 조성하기 시작했으니 불과 7년밖에 안된 어린이 골목인데 말이다. 보통 대구하면 팔공산 동화사와 갓바위 정도를 떠올렸는데 ‘김광석 길’이 몇 년 전부터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 곳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 수만 봐도 대구 최고의 명소임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2013년 8만7500명에서 2014년에는 8월 중구청이 계수기를 설치한 후 50만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올해는 5월말 집계현황이 50만을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연말까지 100만명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석 길’에 도깨비라도 있는 것일까? 도대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환대를 받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서울에서 내려갔다. 두 눈과 귀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그 길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대구도시철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경대병원 3번출구에서 내려 수성교 방향으로 약 500m를 직진하다 보면 북쪽 출입구에 김광석거리 간판과 기타치는 가수 김광석(1964∼96년)의 동상이 보인다.

지금부터 성인 걸음으로 불과 5분도 안 걸리는 350m의 짧은 골목길이 사람에 따라 30분에서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하는 마법의 길로 변신한 이유를 찾아보기로 하자.

우선 대구 중구 대봉동 달구벌대로 446길 주변에 조성된 김광석 길은 방천시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이 길을 조성한 취지는 5살때까지 이 근처에 살다가 서울로 올라 간 故 김광석을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 때 우리나라 3대 시장에 등극했던 방천시장의 몰락을 두고 볼 수 없어 이를 살려보기 위한 비책으로 고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대중에게 사랑받던 가수 김광석 카드를 꺼내 든 것이었다.

방천시장을 살리기 위해 2010년 '방천시장 문정성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장과 맞닿아 있는 골목길에 그해 11월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김광석 길은 중구청과 11팀의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대중가수의 이름을 붙인 길로는 최초가 된 ‘김광석 길’은 350m 길이의 벽면을 따라 김광석을 추모하는 다양한 형태의 그림들이 더해졌다. 김광석 조형물과 포장마차에서 국수 말아주는 김광석,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김광석 등 골목의 벽마다 김광석의 모습과 그의 노래 가사들이 다양한 모습의 벽화로 새롭게 태어났다. 골목길의 이름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된 이유다.

입구에 들어서면 동쪽으로 3m남짓 높이의 콘크리트 벽면에 연이어 그려진 벽화에 시선이 멈춘다. 대중들에게 이미 친숙해진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이등병의 편지’, ‘바람이 불어 오는 곳’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벽화와 사진물, 조형물, 시 등 80여 점의 작품이 길을 따라 전시되어 있다. 마치 골목길이 김광석을 테마로 한 미술관이나 전시관에 온 느낌이다. 김광석에 대한 소개와 그의 사랑, 세대공감, 희망 등 각 테마별로 포토존과 자유표현공간, 게시판 등의 구성이 눈길을 끈다.

평일에도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부터 김광석 길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벽화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노부부, 자물쇠에 이름과 하트를 적어 벽에 걸며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 기타치는 김광석 동상 옆에서 사진 찍는 군인들, 김광석 모형 옆에서 팔짱을 끼고 셀카를 찍는 여학생 등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은 ‘김광석 길’을 즐기고 있었다.

벽화나 조형물 만으로 김광석 길을 다 봤다고 얘기하면 싱거울 수 있다. 보는 즐거움이 있는 곳에 먹는 즐거움은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가깝다. 김광석 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가 있다. 바로 추억의 ‘쫀드기’, ‘아폴로’ 같은 7080세대들에게는 ‘불량식품’의 대명사로 알려진 주전부리 과자와 종이딱지 등을 진열한 ‘추억의 문방구’가 보이고 김광석 노래가 새어나오는 작은 카페나 앤티크 한 찻집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 김광석 길에 있는 사진관, 커피전문점, 양꼬치 전문점(사진=최치선 기자)

김광석 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낮보다 밤이 더 어울린다. 은은한 조명이 뿌려진 벽화에는 하나 하나가 독립된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 어둠 속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선술집에 들어가면 술 한 잔 하고 있는 김광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광석 길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변화는 단순히 보고, 마시고,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는 예술공간으로의 진화다. 골목 구석 구석에 공방이 들어서고, 꽃꽂이, 캘리그라피, 인형 만들기 등을 배우려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창작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초 만들기, 유자청 만들기, 세라믹페인팅, 아크릴화 그리기, 프랑스 자수, 소원팔찌 만들기 등 창작의 모든 것이 김광석 길 주변에 생기고 있다. 새로 생긴 갤러리에서는 사진전이나 미술전 등이 연중 열린다.

▲ 김광석 길에 있는 벽화(사진=최치선 기자)
▲ 김광석 길에 있는 공연장과 음악실(사진=최치선 기자)

이곳에선 김광석을 추모하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고 열린다. 2011년 김광석 15주기 추모사진전과 추모콘서트를 시작으로 해마다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가 개최된다. 대회시작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100개 팀이 참여했다. 그밖에 김광석을 소재로 한 연극과 이벤트 등이 이어지고 있다. 또 골목방속국에서는 매주 금~일요일 김광석 신청곡을 들려주고 있다. 여기에 김광석 국제포크페스티벌 등 다양한 콘텐츠로 문화가 풍부한 골목길을 만들었다.

이렇게 김광석 길을 다 둘러보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저녁 6시에 맞춰 남쪽출입구에서 출발하는 김광석 투어버스를 타면 좋다. 김광석 버스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에 약 1시간 동안 대구시내를 운행하며 차 안에서 김광석의 뮤직비디오와 노래 그리고 연주 등을 감상 할 수 있다.

▲ 김광석 콘서트 홀 (사진=최치선 기자)

▲ 남쪽 출입구에 세워져 있는 김광석 버스(사진=최치선 기자0

슬럼가에서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전국 명소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한 ‘김광석 길’에 지난 6월 초 새로운 스팟이 생겼다. 고인이 평소 연주했던 기타 등 유품이 전시된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이다.

이 전시관은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의 남쪽 출입구 쪽에 세워졌다.

서른셋의 나이로 팬들의 곁을 떠난 영원한 가객 김광석을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중구청에서 건립한 스토리하우스는 꽃 같은 김광석을 오롯이 만나게 되는 곳이다.

원래 대봉경로당이었던 이 곳은 3년 동안의 공사 끝에 모두가 함께 하는 김광석의 집으로 만들어졌다.

지상2층, 지하1층, 연면적 180㎡ 규모인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는 1층에 메모리얼존ㆍ유품전시존ㆍMD존으로 구성됐고 2층은 스토리존ㆍ청음존ㆍ마틴기타 트리뷰트 쇼룸으로 꾸며졌다.

그의 노래처럼 소박하지만 울림이 있는 스토리하우스에 들어서면 공연자료, 자필악보, 일기, 메모, LP음반, 미공개 사진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특히 2016년 김광석의 52번째 생일을 기념해 52대 한정판으로 제작된 명품 '마틴기타'까지 볼 수 있다.

지금 김광석과 그의 노래가 그립다면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가보자.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가객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당신을 반겨 줄 것이다.

▲ 김광석 길에 있는 벽화(사진=최치선 기자)

▲ 김광석 길에 있는 벽화(사진=최치선 기자)

▲ 김광석 길에 있는 벽화(사진=최치선 기자)

▲ 김광석 길이 끝나는 남쪽 출입구 (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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