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았던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무산

▲ 재판정에 출두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 회장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해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이 부회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3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일체의 증언을 거부해 신문은 16분 만에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은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서 두 사람의 법정에서의 첫 대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지난해 2월15일부터 3일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 19번의 전화 및 문자를 주고 받았다며 내용을 신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지난해 2월15일 단독 면담을 했고, 다음날인 16일 최 회장과 독대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며 이 부회장을 압박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재판장을 향해 읍소하듯 "오늘 이 재판정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싶은 게 제 본심"이라며 "하지만 변호인들의 강력한 조언에 따라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재판 운영에 도움이 못 돼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고 재판부에 읍소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증언 거부를 받아들였고 재판은 계속 진행되었다.

이후 검찰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이 집단 증언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며 "삼성 고위직 임원 4명이 동시에 증언을 거부한 것은 이 부회장과 사전에 협의된 것 아니냐"고 캐물었고, 이 부회장은 검찰을 한번 쳐다본 후 "(증언)거부 하겠다"고 답했다. 증언 거부로 최씨 측 반대신문도 생략됐다.

검찰은 다시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16일 최 회장의 박 전 대통령 독대 전인 오전 9시49분께 그와 약 4분 이상을 통화했다고 제시했지만, 이 부회장은 이 역시도 "죄송합니다.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검찰은 또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은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년간 100회 정도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독대 후 최 회장과 유일하게 통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독대와 관련해 얘기한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지만, 이 부회장은 역시 "죄송하다"며 답을 피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모두 이 부회장처럼 모든 증언을 거부했고, 이날 재판은 45분 여만에 끝이 났다.

검찰은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조직적·집단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국민적 열망을 저버리는 것으로 이례적 사태" 라며 "증언거부권 취지 훼손을 우려하며 추후 증인으로 다시 신청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신청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법정 첫 대면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이 발 통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끝내 나오지 않아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장관등이 몸의 고통을 이유로 재판을 피하거나 연기하는등의 이런 행태는 혹시 이 전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이 혹여 재판정에서 대질신문을 벌일 때 모든 죄를 청와대, 정부의 탓으로 돌리려는 작전을 피하기 위한것이라는 의견과, 또는 재판을 오래 끌기위한 꼼수가 아니었겠냐는 대중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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