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현장

[투데이코리아=오승환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오전 경주의 한 호텔에서 기습 이사회를 개최하고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했다.

전날 경주 본사에서 노조와 주민의 반발로 무산된 한수원 이사회는 이날 경주 스위트호텔에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을 비롯한 상임이사 6명과 비상임이사 7명이 모두 참석해, 찬성 12, 반대 1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을 확정했다.

한수원의 관계자는 “공사 일시중단 기간은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3개월 간이다”며, “3개월 내에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이사회를 열어 추후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 계획을 밝혔다.

한수원에 따르면 공사 일시 중단의 시점은 원자로 품질 확보를 위한 마무리 작업이 종료되는 8월 말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수원이 일부 여론의 반대 속에서 이날 ‘도둑 이사회’를 개최하고 ‘날치기’로 안건을 통과시킨 것은 향후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노조의 관계자는 “이날 모임이 이사회 개최를 위한 논의 자리가 아닌 정식 이사회라면 국민적 지탄을 받아야한다”고 말하며, “국가의 중요 정책결정을 이렇게 졸속으로 '도둑 이사회'로 결정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배심원단이 완전 중단 여부를 판단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한수원은 13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을 논의할 이사회를 본사에서 개최하려고 했으나 노조와 신고리 일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비상임이사들은 두 차례나 한수원 본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본관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한 노조의 저지로 실패했다.

한수원은 본사에서 이사회를 여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이날 호텔로 이동해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건설 중단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날 의결로 공사 관련 업체 종사자 1만2천800명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됐다.

한수원은 3개월간의 공사 일시중단 기간 중 인건비 120억원을 포함해 기자재 보관과 건설현장 유지관리, 협력사 손실 비용 보전 등에 약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수원의 관계자는 “구체적인 손실비용 보전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협력사와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노조 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관계자는 “우선 법원에 이번 이사회 결정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향후 이사회를 배임죄로 고발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가 일시 중단되면서 향후 신규 원전 건설은 사실상 모두 중단됐다.

현재 한수원은 완공을 앞둔 신고리 4호기(공정률 99.6%)와 신한울 1·2호기(공정률 94.1%)를 제외하고도 추가로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