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앞 野 공조 가시적 균열.. '以夷制夷' 분석도

▲ 홍준표 대표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국회 주도권을 쥐려는 청와대와 제1야당 자유한국당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9일 열릴 예정인 여야5당 영수회담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홍 대표 불참 시에도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에 따르면 홍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미 FTA 통과 당시) 그 때 최루탄 터지고, 이완용이라고 비난하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재협상하겠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지금 와서는 오히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형국"이라며 "그렇게 패악스럽게 반대해 놓고 이제 와서 두루뭉실하게 FTA 문제를 넘어간다는 건 맞지 않다. 이 정부가 FTA를 어떻게 협상하는지 지켜보고 불리하게 하면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FTA를 슬쩍 넘어가려는 이런 (회동에) 들러리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이 날 제헌절 경축식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각 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이 참석한 환담회에도 불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춘추관에서 기자단에 "(홍 대표가) 오실 것으로 기대하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에 하나 불참한다 해도 나머지 대표들에 대한 예의는 저희가 지키는 게 맞다고 본다"며 영수회담 강행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안보를 굉장히 강조해온 한국당 대표가 외교안보 문제를 보고하고 논의하는 자리에 빠질 리 없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한국당을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


14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9일 여야5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겸해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협치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17일 의총에서 박주선 비대위원장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바른정당, 정의당은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영수회담 초청을 두고 야권공조에는 가시적인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애들 소꿉장난' '좀팽이' '놀부 심보' 등 표현을 동원해 홍 대표를 강력비판했다.


때문에 이번 영수회담은 야권 공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청와대의 연횡책(連衡策. 다수 적과 연합해 가장 큰 적을 제거하고 나머지도 각개격파), 이이제이(以夷制夷. 적을 이용해 적을 견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당의 소극적 대응에 실망해 흩어진 보수층을 결집해야 하는 한국당은 영수회담에 불참해도 무관하다. 반면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호남에 거점을 둔 국민의당, '개혁적 보수'를 주장하는 바른정당은 불참 시 여론 악화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듯 이해관계가 다른 야당의 약점을 청와대가 파고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각각 영수회담 참여·불참을 선택한 야당이 서로에 대한 의심을 품게 만드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한국당은 영수회담 과정에서의 국민의당·바른정당과 청와대 간 '모종의 밀약' 여부를, 국민의당·바른정당은 한국당의 '마이웨이'에 숨은 의도를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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