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행의 가능성은 있지만 증거가 불충분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

▲ 대법원

[투데이코리아=오승환 기자] 19년 전인 지난 1998년. 귀가 중이던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왔던 스리랑카인 K(51)씨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최종 확정지었다. 공소시효가 소멸했고,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혐의가 명백히 입증되지 못했다.

18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8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K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K씨는 다른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함께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학교 1학년생 정모씨를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범행 15년이 지난 2013년 기소됐다.

이른바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시작은 1998년 10월, 학교 축제를 끝내고 귀가하던 여대생 정모(당시 18세)양이 구마고속도로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였다.

당시 정씨는 고속도로에서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는데 사고 현장 30여m 떨어진 곳에서 속옷이 발견는 등 성폭행이 의심됐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억울한 정씨의 죽음은 2011년 K씨가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권유한 혐의로 입건돼 유전자(DNA) 채취검사를 받으면서 급변하게 됐다. K씨의 DNA가 15년 전 숨진 정씨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돌입했고 K씨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K씨가 정씨 가방 속 현금, 학생증, 책 등을 훔쳤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포기하지 않고 전담팀을 꾸려 K씨의 공범으로부터 범행을 전해 들었다는 증인을 찾아내 항소심을 제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K씨의 성폭행 가능성은 인정하나 증인 등의 진술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이날 대법원 역시 2년여의 심리 끝에 2심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K씨의 범행 정황을 증언한 스리랑카인 증인·참고인들의 진술이 객관적 상황이나 진술 경위에 비춰볼 때 내용의 진실성을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죄를 선고 받았음에도 K씨는 국내에 머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K씨는 이 사건과는 별도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2013년 다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와 2008년부터 2년간 무면허 운전을 한 혐의다. 집행유예가 확정된 외국인은 국내에서 강제 추방당하게 돼 있어 K씨는 조만간 스리랑카로 송환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의 관계자는 “스리랑카의 강간죄 공소시효가 20년인 점을 고려해 K씨를 현지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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