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근절대책 + 경영자 기업가 정신 제고 + 예비창업자 교육' 해법

▲ 지난 19일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위의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대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프랜차이즈산업은 현재 위기에 놓여있다. 1979년 10월 롯데리아 서울 소공동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태동한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은 올해로 탄생 38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연관 종사자는 150만여 명으로 추산되며 산업 규모도 100조 원대에 이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6 가맹사업분야 정보공개서 등록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5273개다. 2015년에 4844개였던 것에 비해 429개 늘어나 전년 대비 8.9%나 증가했다. 게다가 가맹점 수는 21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경제가 아닌 사회학적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 있다!


이러한 양적 팽창은 의외로 사회적인 측면에서 기인한다. 평균 수명 연장,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퇴직, 실업률 증가 등등이 그 이유다. 한편으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은 독립창업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지금 위기에 놓인 프랜차이즈산업은 마치 미성숙한 어른과도 같다. 몸집은 커졌지만 이성적인 판단 능력, 윤리의식, 사회적 책임 의식 등이 결여된 불균형한 존재인 것이다.


‘갑질’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와 ‘치즈통행세’ 같은 불공정관행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곪을대로 곪아서 이제야 터진 것이다.


이러한 자극의 중심에는 적폐청산과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사회운동을 하면서 재벌저격수라고 불렸던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도 한 몫 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대책’을 내놨다. 총 6대 과제 23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바로 다음날일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프랜차이즈 업계에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과 질타에 대해 반성한다며 머리를 숙이는 한편 공정위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도 요청했다.


20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5개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갑질 피해 사례 발표대회’에서 본사의 갑질 횡포에 고통을 호소하며 가맹점주들이 불만을 성토했다.


프랜차이즈이 본질은 무엇인가?


프랜차이즈의 어원이 담고 있는 의미는 ‘자유’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갑과 을이라는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프랜차이즈산업이다.


지난주 JTBC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박형준 교수는 프랜차이즈의 본래 의미와 다르게 흘러가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프랜차이즈가 잘 정착된 미국은 로얄티만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프랜차이즈로서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운영은 점주들이 자율적으로(free)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물류 마진이라 것을 포함해 여러 가지로 가맹본부가 가져가는 이익이 많이 있는 구조다. 그런데 그 구조를 쉽게 바꾸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가맹본부들의 대표들이 기업가 정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피자에땅 공동대표 업무방해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조금 과격하게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 법질서를 강화해 불법으로 가져간 돈은 국가가 강제로 빼앗아 갑질 행위를 근절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공정위가 발표한 근절대책에 징벌적손해배상 대상에 가맹본부도 포함시키는 방안이 포함됐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상장사가 거의 없고 주로 오녀 경영체계여서 투명하고 도덕적인 경영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주는 이른바 대박집에서 출발하는 경우처럼 트렌드를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장사를 잘하는 것과 경영을 잘하는 것과 그 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윤리의식도 좋은 경영의 하나의 조건이다.


정신과 육체 그리고 이론과 실제가 조화로워야 해결 가능


유시민 작가의 말도 일리가 있다. 지금까지 비슷한 상황이 수년째 지속돼 오고 있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인정한 바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강력한 규제를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정위의 대책이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 오던 방향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구체적인 개혁 방안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태동기 정착 과정에서 로열티를 받지 않고 대신에 물류 마진을 남기는 방식으로 잘못 정착됐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고 중간마진을 모두 투명화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대화를 제안하면서 “대기업들에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듯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자정하고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4개 기업 대표자 간담회에서 대기업들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언급한 부분은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


▲ '치즈통행세' 등 갑질 논란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정우현 전 MP(미스터피자)그룹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수년 동안 ‘프랜차이즈는 갑질’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결과는 얻지 못했다. 박기영 회장이 올해 초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만 하지만 마찬가지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악덕 프랜차이즈 본사들 때문에 프랜차이즈 전체가 욕을 먹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1년 전 폭행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기 전까지 피자업계 최초로 중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에 진출하는 등 성공 신화를 써온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런데 요즘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비창업자교육 필수!!


다른 한편에서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21만 개가 넘는 가맹점 수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요즘은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한 가맹거래사는 “‘가맹사업법’이나 ‘정보공개서’라는 용어를 창업하고 나서 처음 듣는다는 가맹점주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따라서 예비창업자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은 대부분 실직 상태에 있거나 정년퇴임을 앞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불안한 마음에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프랜차이즈에 뛰어든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2015년 가맹점 신규개점은 총 4만1851개고 폐업한 가맹점은 2만4181개라는 통계가 잘 말해주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이 사전에 정보공개서를 충분히 검토한 후 계약을 맺는다면 가맹본사의 분쟁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공정위는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예비창업자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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