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와 테를지 국립공원을 한 눈에 담은 4대 명산 중 최고봉

▲ 체체궁산 정상의 모습(사진=민동근 작가)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몽골에 가면 꼭 체험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중 트래킹은 몽골의 진수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이다.

특히, 체체궁산과 열트산은 꼭 해봐야 할 트래킹 코스로 손 꼽는다. 해발 2268m에 이르는 체체궁산은 울란바토르를 둘러싸고 있는 4개의 성산 중 하나며 종주 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 위로 울창한 침엽수림 지대에서 여유롭게 삼림욕을 즐기며 산보하듯 가볍게 걸어가는 여정이다.



▲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체체궁산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풍경들 (사진=민동근 작가)

몽골인들한테는 가장 신성시되는 산으로 여겨지는 체체궁산은 사람이 사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사람이 신을 향해 기도하는 장소. 즉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는 뜻을 가진다. 체체궁산은 몽골의 마지막 황제 복트칸 Bogdkhan이 어려서 놀던 곳이라 하여 복트산이라고도 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가보호산림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이 곳에 올라 신의 기운을 받으려고 전 세계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온다.

취재팀은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의 허브인 허스하뜨에서 1박을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서울00백화점 트레킹 동호회를 따라 체체궁산 트레킹에 나섰다.



▲ 체체궁산 트레킹중 만난 몽골인 등산객(사진=민동근 작가)

전날부터 날씨가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포스코 회사명이 그대로 찍혀 있는 관광버스를 타고 초원을 가로질러 달리던 버스가 멈춘 곳은 더 이상 자동차로 오르기 힘든 지점이었다. 중간쯤 가던 길 위에 바위가 솟아있어서 탑승객 전원이 내려서 걷기도 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초원 위에 자동차들이 일부러 만든 길이었다. 관광버스는 비가 심하게 오면 움푹 파이거나 길이 없어지는 딱히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곳까지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트레킹 동호회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이후 여성들로 구성됐지만 나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막상 트레킹이 시작되자 우려와 달리 젊은 남자들보다 더 잘 걸었다.



▲ 체체궁산 정산에서 하산하는 트레킹 동호회원들(사진=최치선 기자)


2000미터가 넘는 산을 오른다기에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 산과는 달리 몇시간을 가도 오르막이 없었다. 거의 평지나 능선을 걷는 수준에 가까워 힘들기보다 풍경의 변화가 없어서 지루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굳이 비교하면 우리나라 북한산의 둘레길이 훨씬 산길 다웠다.

그렇게 3시간 넘게 걷자 양 옆으로 초원이 사라지고 듬성듬성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길도 좁아지면서 조금씩 경사가 생겼다. 이제야 등산로에 들어선 것이다. 등산의 맛을 즐기려고 하는데 가이드가 앞으로 30분만 가면 정상이라고 한다.

‘설마 이제부터 시작이 아니고’...의아해 하는데 정말 1시간이 채 못걸려 정상이 나타났다.

정상까지는 꽤 울창한 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숲에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이정표들도 보였다. 곰, 사슴, 사냥금지 등의 표시판이 나무에 걸려 있었고 나무의자도 있었다.




▲ 체체궁산 등산로에 피어 있는 야생화 (사진=최치선 기자)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자 체체궁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의 모습은 생각보다 높지도 웅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상 바위에는 몽골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알록달록한 띠와 줄들을 묶어 놓은 게 보인다. 정상에 오르자 햇빛이 강해 오래 서 있기가 불편했다. 정상 전체가 바위라 그늘을 찾을 수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바위에서 도시락을 급하게 먹거나 바위틈에 난 작은 그늘 사이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간간히 부는 바람도 정상의 열기를 식혀주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식사 후에는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고 체체궁산 아래에서 올란바토르 시내를 내려다 본 것으로 체체궁산 트레킹을 마감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 체체궁산 정상에 매달려 있는 깃발과 알록달록한 헝겊띠들의 모습(사진=민동근 작가)
▲ 체체궁산에서 내려다 본 울란바토르 시내 모습(사진=민동근 작가)

올라올 때와는 정반대의 코스로 내려가는데 체체궁산으로 올라가는 한국인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그들은 만쉬르 사원 주차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체체궁산으로 오르는 등로는 만쉬르 사원 방향으로 오르면 된다

내려가는 길 역시 경사 가파르지 않아서 큰 위험은 없었지만 올라온 코스보다 훨씬 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잣나무와 구상나무가 우거져서 꽤 깊은 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스폰지처럼 푹신한 흙 길 등산로를 걷는 느낌은 올라갈 때 맛보지 못한 즐거움을 주었다.

어제 비가 내려서인지 숲 속의 공기는 더 없이 청량했고 야생화가 군데군데 피어 있어서 아름다웠다. 가끔 큰 바위 얼굴의 바위를 지나갈 때는 초원을 볼 때와는 다른 분위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쉬고 있는 트래킹 동호회 사람들에게 뒤늦게 내려 온 가이드가 숲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1km만 가면 만쉬르 사원 주차장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8시간에 걸친 트레킹을 마치고 버스에 탑승했다.

▲ 체체궁산 하산길에 볼 수 있는 야생화 (사진=민동근 작가)

체채궁산 트래킹은 높이에 비해 편하게 하루 종일 걸어도 발바닥이 아플 것 같지 않는 등산로여서 여성들도 쉽게 갈 수 있다. 또 하산 길에 돗자리를 깔고 아무 곳에나 드러누워 쉴 수 있다는 점 등이 매력이다.

몽골사람들에게 체체궁산이 왜 신성할까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체체궁산은 오래전부터 몽골인들에게 기도처로 알려졌다. 바위를 숭상하는 몽골인들에게 체체궁산의 바위는 가장 높고 웅장했기에 당연히 신성시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장소이자 신비로운 곳으로 손꼽는 체체궁산이 성산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 만쉬르 사원 주차장에 있는 체체궁산 등산 안내도 (사진=민동근 작가)

체체궁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정상의 풍경이다. 정상에는 수많은 몽골인들이 찾아와 그들 각자의 소원을 빌고 매달아 높은 화려한 원색의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각각 특색이 있었고 몽골에서는 드문 시베리아 송림, 잣나무 원시림, 쓰러진 고목, 넓은 초지, 야생화, 오보(Ovoos, 성황당) 등을 보면서 걷는 트레킹코스는 이색적이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시베리아 한대산림의 낙엽송 남방한계선인 산 정상에 위치한 체체궁산 성지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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