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사진=(주)스토리제이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강남역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면서 홍보하고 있는 영화 <토일렛>이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10일 공개된 영화 포스터의 카피다. 제작사 측은 “강남역 여자 화장실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면서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었다’고 카피가 적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어 소개된 시놉시스에 따르면 남성 두 명이 술자리에서 옆 테이블 여성 두 명에게 합석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고 우연히 해당 여성들이 자신들을 험담하는 말을 듣는다. 이후 분노한 남성들은 화장실로 따라 들어가 여자들을 칼로 위협하고 겁탈을 시도한다.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이 남성들은 단지 사악할 뿐이다. 여기에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라는 카피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 한 뉘앙스를 풍긴다.

영화가 미처 공개되기도 전에 카피와 시놉시스만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현상에 기인한 것이지 우발적이라거나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가장 민감한 소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창작자의 비도덕성과 함께 ‘여성혐오’와 같은 사회적 문제, 피해자 가족의 상처 등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세태를 꼬집기도 한다.


▲ 영화의 시놉시스. 사진=(주)스토리제이 제공.


지난 6일에도 강남역에서 여성혐오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을 만큼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는 사건이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하다. 어느 페미니스트 영화‧영상 모임은 SNS를 통해 “영화 <토일렛>은 강남역 살인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강남역 살인사건은 가해자의 여성혐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관련 학계의 한 연구원은 “어떻게 토일렛 같은 영화가 가능한지”라고 비판하면서 “제작사가 선정적인 주제를 빠르게 선점해 가장 문제가 될 만한 문구로 치장하는 네거티브 마케팅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다수 여성들이 갖는 공포나 피해자 가족의 상처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서 끔찍한 살인사건을 그저 상업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작사 측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카피가 잘 못 됐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영화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일렛>의 주연과 감독을 맡은 이상훈 씨는 자신의 SNS에서 “전혀 뜻밖의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움을 드러냈고 “영화는 그럼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고 작품을 보시면 알겠지만 완벽한 범죄는 없고 범죄자는 결국 그 벌을 받는다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분들에게 오해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있었던 끔찍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들이 여럿 있었지만 공개되기도 전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마 <토일렛>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강남역 살인사건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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