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택시운전사' 캐릭터 포스터.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광주 5‧18 민주 항쟁의 비극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지난 20일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택시운전사>는 역대 15번째 관객 수 1000만 명이 넘은 한국영화로 기록됐다. 배우 송강호는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세 편이나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른 뒤 2013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으로 다시 한 번 천만 배우가 됐다. 이후 불과 4년 만에 광주 5‧18 민주 항쟁을 다룬 <택시운전사>로 세 번째로 천만 배우가 됐다.

특히 그는 소위 ‘블록버스터급 흥행몰이’식 상업 영화가 아닌 <변호인>과 <택시운전사>로 천만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두 작품 모두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의 고달팠던 그리고 비극적인 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 <변호인>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잘 나가던, 소위 돈 잘 버는 세무 전문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송강호는 독재정권의 억압 속에서 억압받은 청년, 노동자, 여성, 민중들을 직접 목도하면서 현실과 인간적인 어떤 감정 사이에 있었을 심리적 변화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연기를 하면서 늘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 영화 속 한 장면. 택시운전사 '만섭'이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돈을 세고 있다.


그는 늘 이른바 ‘인지상정’에 천착했던 듯 보인다. <택시운전사>에서 서울에서 홀로 딸을 키우는 소시민이자 택시운전사로서 오로지 밀린 월세 10만 원을 벌기 위해 손님을 태우고 광주까지 갔다가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는 ‘만섭’ 역할을 맡았다. 그는 처음에는 딸을 위해 돈 버는 일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소시민이었다가 광주를 목격한 이후에는 인간의 ‘도리’ 때문에 갈등한다.

송강호는 감동을 이끌어 낼 줄 아는 배우다. 딸을 위해 새로 산 구두를 들고 한시라도 빨리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아버지와 죽을 각오로 독재에 맞서 싸우고 있는 광주 시민들을 알게 된 국민으로서의 나 사이의 갈등을 감동적으로 연기해 낸다.

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독재의 그늘에 있었다. 관객들 중에는 그 폭압을 직접 느낀 민주화 세대도 있을 것이다, 영화, 소설, 언론 등 미디어를 통해 대리 체험한 젊은 세대들도 있을 것이다.

<변호인>과 <택시운전사> 모두 독재 정권과 관련이 깊은 정당과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시절에 나왔다는 것은 주목해 볼 일이다. 배우 송강호는 말하자면 ‘소시민’적인 배우다. 이 배우를 통해 알게 되는 과거 슬픈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젊은 세대들에게나 민주화 세대에게 큰 부담 없이 감동을 준다.

송강호의 이러한 소시민적인 매력이 두 편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이룬 영화가 1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힘이 아닐까 한다. 이순신 장군을 다뤄 역대 최고 흥행기록(1761만 명)을 가지고 있는 영화 <명랑>을 소시민 ‘택시운전사’가 넘어선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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