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의·車산업협동조합 등 일제히 우려.. 협력업체 줄도산 전망도

▲ 지난 2013년 5월 증산 촉구 결의대회에 나선 기아차 광주공장 부품협력업체 직원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패소함에 따라 협력업체 '줄도산' 대란(大亂)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3만여 노조원들 임금은 대폭 오르겠지만 기아차가 '조 단위' 금액의 폭탄을 안게 됨에 따라 생산량이 위축되고 따라서 5300여 협력업체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권혁중)는 기아차 정기상여금,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또 새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늘어난 각종 수당 등 과거 임금 4천억여 원을 근로자들에게 소급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현재 영업이익, 24조 원이 넘는 사내유보금 등을 고려할 때 통상임금을 소급지급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기아차가 최근 중국 판매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했다.


기아차는 이번 1심 판결에 따라 발생하게 될 전체 임금 등 추가비용 부담 규모를 1조 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이를 토대로 하면 기아차 근로자 약 3만 명은 1인당 약 3천300만 원 가량의 임금이 오르게 된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부담 규모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재판부 주장과 달리 기아차 측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관계자는 "법에 따라 곧바로 다음달에 약 1조 원의 비용을 모두 충당금 형태로 쌓아야 한다"며 "3분기 수천억 원 적자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근래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판매 부진 등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7870억 원)은 작년 동기대비 무려 44%나 급감했다. 이번 1심 판결까지 겹쳐 기아차는 2007년 3분기 이래 10년만에 분기 영업적자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


▲ 시위에 나선 기아차 노조원들


1심 판결 앞에 자동차부품업계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대구상공회의소는 31일 논평에서 "향후 현대·기아 및 계열사에 납품하는 지역 1~3차 협력사 모두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지역 협력업체에 대한 발주량을 줄이거나 납품단가 동결 또는 인하, 중국 등 해외거래처로 거래처 변경 등의 방식으로 생산비 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경 대구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판결은 현대기아차 협력업체가 대부분인 지역 자동차부품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쳐 침체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당기순손실이 커지면 기아차 지분을 33.88% 가진 현대차도 지분법에 따라 이 적자를 지분 비율만큼 떠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조원들은 임금 상승 혜택을 누리겠지만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협력업체들은 현대기아차 지원으로 작년에만 1만8천 명의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등 청년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31일 "이번 소송이 결국 기아차 경영난을 가중시켜 근로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협력부품업체 대금결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져 기아차에 대금지급 의존도가 높은 1차 협력 부품업체들의 자금회수 지장, 유동성 위기상황이 초래될 위험성이 영세 2차 협력업체로 전파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31일 "자동차 산업은 국내 수출의 13.4%, 고용의 11.8%를 담당하고 있다"며 "정부는 포퓰리즘적 기업 압박 정책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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