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투데이코리아 회장

유행에 뒤쳐지거나 세련되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 사람에게 우리는 종종 ‘촌스럽다’는 말을 합니다. 저도 시골 출신이라 그런 말을 가끔 듣곤 했었지요. ‘도시적’이라는 말이 세련되고 멋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반해 ‘촌스럽다’라는 말은 상대적으로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때로는 비하의 표현으로도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산업화, 도시화 이후에는 도시와 농어촌을 구분 짓는 상징적인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촌스럽다’가 갖는 진정한 의미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촌스럽다’는 말은 애초부터 이렇게 쓰이기에는 더없이 긍정적이고 따뜻한 의미를 가진 표현이라고 믿습니다. 그 이유는 ‘촌’이라는 말이 바로 일터, 삶터, 쉼터로서 농어촌이 지닌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촌스럽다’가 갖는 첫째 의미는 삶이 여유롭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요즘 도시의 바쁘고 복잡한 경쟁사회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조금은 놓치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농어촌의 삶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여유롭다는 말이 다소 게을러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교양과 풍류는 바로 이 여유로움 속에서 삶을 음미할 때 나오기 마련입니다. 촌스럽다는 말, 그것은 여유로움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와 멋을 찾는다는 말인 것입니다.
둘째는 자연과 가까이 한다는 뜻입니다. 농어촌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지키며, 자연 속에서 결실을 얻는 터전입니다. 신문명의 3대 조류 중 하나는 자연과의 조화, 공생, 친환경 생태보존입니다. 인간을 비롯한 만물이 자연에 근원을 두고 있듯이 농어촌은 자연에 근원을 두고 우리에게 건강과 치유를 선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몸과 마음의 고향이 결국 자연에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웰빙’과 ‘힐링’도 도시가 아닌 농어촌에서 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촌스럽다’가 바로 웰빙과 힐링에 해당하는 말인 것입니다.
셋째는 고향을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농어촌은 많은 이들의 그리움이 담긴 마음의 고향이자 우리의 전통문화와 세시풍속을 가장 잘 보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촌스럽다’는 말은 우리의 고향을 지키고 전통의 가치를 지켜나간다는 뜻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요즘 ‘한류’라 불리는 문화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데 바로 이런 한국 대중문화의 차별화된 경쟁력 또한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바로 그 ‘촌스러운’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촌스럽다’는 말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색깔이 가진 상징성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농어촌을 생각하면 주로 떠오르는 색은 녹색입니다. 맑고 푸른 녹색은 생명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맑게 정화시켜주는 색이기도 합니다. 녹색, 그린은 우리의 국토와 생명을 지키는 터전이자 미래의 희망이 담겨 있는 농어촌의 가치를 상징하고 있는 색깔인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촌스럽다’는 말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뀌셨는지요? 저는 농어촌의 변화와 혁신은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인식의 변화는 농어촌의 교육, 의료, 생활, 문화 인프라 확충을 통해 농어촌의 삶의 질이 더욱 높아질 때 비로소 시작될 것입니다. ‘촌스럽다’는 말이 본래의 진정한 의미로 쓰이기 위해서는 농어촌의 생활이 도시 생활 못지않게 편리하고 삶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농어촌 주민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에게 확산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우리 ‘농어촌’이 일터, 삶터, 쉼터로서 한적하고 여유로운 ‘힐링 공간’으로, ‘촌스럽다’는 말은 시골의 따뜻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담은 기분 좋은 인사말로 쓰일 수 있도록 우리 농어촌이 한결 더 살기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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