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투데이코리아 회장

‘산다는 것’에 대하여
산다는 것
사람이 산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산다는 것.
거친 바람과 물결 속에 닳아 바스라 진 하얀
조개껍질은 노을 진 갯가에서
삶의 역정을 몇 줄 가느다란 점선으로만 노래한다.
삶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었음을
쉬임 없는 흐름과 반짝이는 은빛 날개 위에 가만히 속삭인다.
일어나서 걷고 걷다가 다리 뻗으면
천지는 그래도 유유하기만 한 것.
젊은 시절에 제가 썼던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40여년이 지난 오늘 다시 꺼내어 읽어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산다는 것’은 참 오묘한 것 같네요. 그때 이 시를 쓰면서 붙인 노트 한 구절을 옮겨봅니다.
‘삶이란 단순한 사물의 연계에서 빚어지는 그냥 하나의 사실 또는 현상일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 대신에 또 하나의 가능성, 즉 삶이란 살아 있는 모든 오류를 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사랑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또한 거부하지 않을 때 진실은 눈앞에 더욱 가까워 올 것이라 믿는 마음은 그냥 조그만 하나의 성실일 뿐이다.’
그 뜨거웠던 한여름의 폭염이 지나가고 이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독서의 계절, 수확의 계절 등 가을은 수식어도 풍성한 계절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을의 또 다른 표현은 ‘사색의 계절’입니다. 사색(思索). 생각하는 것. 깊이 생각하는 것. 가을은 깊이 생각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결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의 무게만큼이나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갖고 심각하게 사색에 빠져들곤 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사색에는 소홀한 감이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주제가 가장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근본적이면서도 무겁고 심각한 주제, 그것은 바로 ‘산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산다는 것’, 평소에 생각해보신 적이 있는지요?
사람은 다른 생명과 달리 천부인권(天賦人權)을 타고 납니다. 태아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지만 커가면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신념의 자유도 갖습니다. 신념은 배움과 경험 등에 의해서 형성되며 신념은 생애의 품격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삶의 격을 스스로 높이려면 신념체계를 높여야 합니다. 신념체계의 핵심요소는 다름 아닌 ‘행복과 보람’입니다.
모든 개인은 행복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혼자만 행복한 행복’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혼자만 행복한 사회는 오히려 불행한 사회입니다. 가족과 이웃을 비롯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때 개인도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이 사회적 행복을 위해 노력할 때 보람을 느끼게 되고 더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개인을 위한 행복과 사회를 향한 보람이 함께 할 때 행복과 보람은 더욱 상승작용을 하게 됩니다.
행복과 보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건강’입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행복과 보람의 가장 중요한 원천입니다. 특히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을 좌우하게 됩니다. 건강한 마음은 정당함과 편안함에서 오고 이는 관계가 건강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관계’, 내가 중심일 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과의 사이를 말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듯이 이는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는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고 이는 곧 행복과 보람으로 연결됩니다.
가을, 점점 깊어갈 올 가을에는 ‘산다는 것, 사람이 산다는 것, 내가 산다는 것’에 대하여 사색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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