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주간

며칠 전 서울 서초동 aT센터에서 열린 ‘농림식품산업 일자리 박람회’에 다녀온 필자는 한국 농업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귀농 및 창농(創農)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농업 관련 업종에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 등 6만 여명이 행사가 열린 사흘 동안 이곳을 찾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귀농 귀촌에 대한 도시민들의 인기가 치솟는데다 청년취업난 가중이 주요인이겠지만,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벤처농부의 성공담과 귀농성공사례, 농업과 첨단산업이 결합된 4차, 6차산업 현장에 참석자들은 열광했다.
우리는 지금 불과 50여년 사이에 두 차례의 농업혁명, 녹색혁명을 체험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제1차 녹색혁명은 20세기 후반 통일벼로 상징되는 볍씨 품종개발과 농업용수개발 농지정리 영농기술발전 등을 통해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한 사건이다. 현재 진행 중인 21세기형 제2차 녹색혁명은 정보통신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 생산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제조업과 유통 판매 문화 체험 관광 등 2차 3차 산업 전반을 농업에 아우르는 혁신적인 영농시스템이다.
요즘의 농업혁명, 4차 6차 산업의 활성화를 보면서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이 연상되는 건 왜일까. 그건 두 사건이 닮은 듯,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두 사건은 공간적으로 모두 우리의 농촌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리라.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봄철 보릿고개에 이르면 식량이 없어 나무껍질 풀뿌리(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할 정도로 만성적 식량부족 국가였다. 그러던 것이 65년 다수확 벼 품종 개발에 착수한 12년만인 77년 기적의 볍씨인 다수확 통일벼 개발에 성공, 드디어 주곡자립에 이른다. 이 과정이 바로 우리의 농민들이 이뤄낸 녹색혁명이자 농촌근대화였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농업혁명도 주인공은 창의력과 열정으로 무장한 우리의 농민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시절은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했던 생계형이었다면, 현재의 혁명역군들은 첨단기술과 지식으로 무장된 한 차원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억대 연봉의 벤쳐 농부가 성공담을 발표하는 자리엔 젊은 창농 희망자들이 열광한다. 마와 우엉을 재배하던 한 젊은 농민은 마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포장해 판매함으로써 크게 성공한데 이어 2차 가공과 체험관광까지 엮어 연간매출 1백30억원대에 이르는 대박을 이룬다. 어느 청년 농민은 생산자의 캐리커처를 만들고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해 소비자와 가까워지는데 성공한다. 지역별로 갖가지 재미있는 스토리가 담긴 특산물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하여 고객들의 눈길을 잡는 아이디어도 성공한 농민을 만들어 낸다. 평범한 농민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 크게 성공하는 사례는 흔하다. 이들 창업영농인들의 소득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연령층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여성 농업인의 활약 또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농업의 혁신, 귀농 귀촌의 증대에 발맞춰 새로운 일자리와 직종도 다양화하고 있다. 농업이 제조업 관광산업 숙박 음식업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함으로써 수많은 직업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얼마전 농촌진흥청은 ‘농업 농촌 유망 일자리 10선’을 선정했다. 중장년층이 도전해 볼만한 직군으로 농촌을 청소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농촌교육 농장 플래너’, 각 지역별 특산물을 상품으로 개발하거나 식품으로 개발하는 일을 하는 ‘농가 카페디자이너’등이 있다.
이밖에도 원예치료사 화훼가공디자이너 팜파티플래너 곤충전문컨설턴트 채소소믈리에 초음파진단관리사 스마트농업전문가 협동조합플래너 등 농업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직종이 청소년들이 도전해볼 만한 새로운 유형의 직업으로 선보였다. 채소스믈리에의 경우 각종 채소의 종류와 특성에 맞춰 조리법을 개발, 소개하는 직업으로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설지만 이미 일본에서 4만여명이 이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의 농업현장은 일자리 창출에서도 무궁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귀촌 귀농 인구도 갈수록 늘어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귀농 귀촌 가구수는 지난 2005년 1천여가구에 불과하던 것이 2015년에 무려 33만가구로 크게 늘었다. 연령별로도 40대이하 귀농가구가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젊은이들의 귀촌, 창농이 급증 추세이다. 이에 발맞춰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귀농 귀촌 유치에 주력, 갖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첨단기술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팜을 비롯한 4차 6차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농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주간신문과 인터넷종합일간 사이트를 운용하는 본보(투데이 코리아)는 최근 창간 15주년을 맞아 ‘4차산업과 6차산업 전문 언론매체’로 변신, 농업혁명을 선도하고 지원하는 언론으로 거듭나겠다고 독자들에게 다짐한 바 있다. 농림어업수산 등과 관련한 정보의 신속한 제공은 물론이고, 관련 업계의 바램을 본보는 충실하게 보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관련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쌓은 정부 언론 학계 등 각 부문의 전문가들을 경영진 편집진 그리고 칼럼니스트 자문위원등으로 위촉,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
논설주간
필자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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