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업계서 반발 '봇물'.. 韓 업계 "폐기 시 물가 오를 것"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시사했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잠정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양국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6일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 등 의회 핵심인사들은 행정부로부터 한미 FTA 철회 문제를 당분간 의제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고받았다.


앞서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다음 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미국 통상정책 총괄자인 미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5일 "한미 FTA 관련 문제를 다루기 위한 개정 협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입장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었다. 같은 날 미 의회 내 무역협정소관위인 상원 재무위, 하원 세입위 소속 여야 의원 4명도 성명에서 "북한 핵실험에 따라 강력한 한미동맹의 필수적 중요성이 강조됐다"며 FTA 폐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300만 개 이상의 미 업체를 대표하는 미 상공회의소의 톰 도너휴 회장도 성명에서 '무모하고 무책임한' 한미 FTA 폐기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친(親)공화당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4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무역론은 어리석은 것(folly)"라고 정면비판했다.


WSJ는 FTA 폐기로 미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277억 달러(약 31조 원)의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며 FTA 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그러나 상품거래를 제외한 서비스 부문에서는 미국이 109억 달러(약 13조) 흑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또 무역적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이고 경제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기에 맞서 동맹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건 헨리 키신저가 아니어도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FTA 폐기 시 경제적인 피해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 산업연구원은 올 6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한 관세율은 1.6%, 한국의 대미 관세율은 최소 4%로 미국 기업들이 부담할 관세가 더 높아 폐기 시 미국 측의 수출 감소가 더 클 것으로 관측했다.


우리 측 업계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유통업계에 의하면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미국산은 주로 농축수산식품이다. 오렌지, 랍스터, 쇠고기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산은 롯데마트의 경우 올 1~8월 매출 기준 오렌지는 91.8%, 랍스터는 83.7%, 쇠고기는 23.1%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했다. 쇠고기는 올 1~5월 축산물 수입 비중에서 48.4%를 나타내 호주산(42.8%)을 앞질렀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로 인해 관세가 철폐돼 체결 직후 가격을 인하했었다"며 "FTA가 폐기되면 상품 가격이 오르고 결국 수입량 감소, 매출 감소가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워드

#한미fta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