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찾아간 이명박, 이명박 반갑게 맞는 손학규 기존 정치의 틀깨는 ...

<정우택 논설위원>
이명박 당선인과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만났다. 이 당선자가 국회로 찾아갔다. 둘이 앉아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나왔는데 여당과 야당, 당선자와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라 당직자들 둘이 앉아서 덕담을 나누는 것 같았다. 오랜 친구를 만나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명박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안이 2월 국회에서 잘 통과되도록 협조를 요청했고 손 대표는 통일부를 없애는 문제에 대해서만 약간 토를 달았을 뿐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신문에는 여러 가지 오고간 얘기가 나왔는데 부정보다 긍정적인 얘기가 훨씬 많았다.

'이명박-손학규 당창회'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이명박 당선인은 정부 조직 개편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든 만나고, 설득을 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이번 국회에서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손 대표를 먼저 만난 것은 손 대표를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깊은 뜻도 숨어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손 대표가 비록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비난했지만 그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눈을 감을 것은 눈을 감는 다는 평소의 생각을 잘 보여준 것이다.

손 대표의 입장에서 볼 때도 이명박 당선인이 반가웠을 것이다.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나와 통합신당의 경선에서도 탈락했다가 정동영 후보의 배패로 대표 자리에 앉았지만 마음은 편안하지 않은 상태였다.

통합신당과 기본적인 출신과 생각이 달라 고민하고 있는 터에 이 당선자가 찾아와 협조를 부탁하고 '잘 해보자'고 하니 힘도 얻고 기분도 무척 좋았을 것이다. 그 표정이 사진에 나와있다. '정말 고맙다' '정말 잘 왔다'는 표정이 역역하지 않은가.

2월이 지나면 한나라당이 여당이 되고, 민주신당이 야당이 되겠지만 두 당의 관계는 비교적 원활할 것이라는 게 여의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열린 마음으로 나오고, 손 대표도 지금은 통합신당의 대표지만 그의 몸에는 한나라당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좋은 예가 있다. 이스라엘 사람 모세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의 몸에 이스라엘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모세는 나중에 이집트 생활을 정리하고 많은 노예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돌아온다.

이 예는 꼭 손 대표가 통합신당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한나라당으로 온다는 것은 아니다. 손 대표의 몸에 한나라당의 피가 흘러 설령 돌아오지는 못하더라도 한나라당과 적대적으로, 남남처럼 지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보면 좋겠다.

이명박 당선인과 손 대표는 손이 크다. 이 당선인은 건설관련 일을 많이 해서 생각도 크고 행동도 크다. 손 대표는 원래 손(hand)이 크고 생각도 크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는 협력을 넘어 '밀월'의 관계로 발전 할 가능성도 아주 크다.

두 사람의 만남이 '탈당하고 딴 살림을 차린 자는 죽여 버려야 된다' '여야는 피가 터지게 싸워야 한다' '여당은 야당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 '야당은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기존 정치권의 잘못된 틀을 깨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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