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기남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정기남 한국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정치인 참모들의 역할모델로 꼽힐 만한 인물이다. 보좌관이나 비서관들이 업그레이드를 늘 꿈꾸면서도 바쁜 생활로 엄두를 못 내는 것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미국에서 연구활동 경험을 쌓는가 하면, 여론조사의 중요성에 눈떠 책을 번역하고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이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그런 정 부소장이 총선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여론조사전문가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지대한 공로를 했듯, 여론향방을 읽는 감식안이 있는 그가 진보민주정치계의 재편에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대통합신당의 최시중'으로 떠오를 정 부소장의 정치적 소신을 들어봤다.

-정계 인사로서 여론조사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 여론조사의 매력에 대해 듣고 싶다.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고 '참고'하는 정도였으나, 2002년 대선이 끝난 직후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여론조사 중요성이 이 무렵부터 크게 부각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여론조사이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정치를 제대로 하고 제대로 하려면 여론조사를 접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2004년 6월달에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과 우연한 기회에 현실정치와 여론조사를 접목시켜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실행에 옮기게 됐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읽는 과학'이라는 데 매력이 있다. 단 몇 방울의 혈액검사만으로도 건강을 체크할 수 있듯이, 여론을 알아보고 민심측정을 하는 데 여론조사만한 게 없다. 현대 대의정치에서 선거가 없는 해에는 국민여론을 알아보고 수렴할 수 있는 유일한 참고방법이 여론조사라는 점도 매력이다.

-현재 우리 나라 정치인들의 여론조사 활용도는 높은 편인가?

▲의외로 정치인들이 여론조사를 믿거나 잘 활용하지 않는다. 자기 지역구나 국가적 현안에 정책을 수립할 때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또 소속정당을 탈당하는 경우 등에도 지역민심을 읽기보다는 이른바 지역유지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정도다. 정치가 선진화되려면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정

치에 여론조사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본다.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일부 문제 제기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 민심을 측정하는 가장 유력한 도구가 여론조사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치를 하고자 하는 한 곁에 두고 '무기'로 삼고 싶다.

-한나라당이 여론조사를 총선 공천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히는 등 앞으로는 여론조사가 공천 등에 적극 반영되는 추세다. 공천 지표로 활용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

▲공천에나 이런 과정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불가피하다. 다만, 여론조사가 '절대시'되는 것 또한 경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론조사도 인지도 문제, 널리 알려진 사람인가에 어느 정도 좌우되는 것도 사실이므로 여론조사만으로 재단되는 상황은 문제가 된다. 지명도가 높은 현직의원 등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에 적극반영하되, 인지도 낮은 정치신인들은 대신 전문성이나 능력을 결과에 가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아는데, 자타가 공인하는 '정동영의 사람'이지 않은가? 정동영 후보의 대선 패배 상황에 이런 배경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굉장히 어려운 전망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나? 정당정치라는 게 원래 주기적 선거를 통해 심판과 평가를 받는 것이다. 대선 패배는 참여정부 5년간 실정에 대한 비판이고 대통합민주신당의 무능에 대한 철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데 대한 반성 위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다시 새롭게 진보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신당이 되겠다는 겸손함으로 호소할 때다. 우리 하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광주 남 지역구에 사무실을 내고 표심잡기에 나섰는데, 호남 민심이 07년 대선이나 02년 총선에서처럼 신당을 민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호남 민심과 이에 대한 총선 전략은?

▲호남민심이 대선 패배 이후에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다. 호남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정당이 신당인데 신당의 총선전략이 암울한 상황에서 거대 한나라당 출현이 다가왔으니 호남 민심은 복잡, 착잡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견제 세력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이라도 하고자 한다면 역시 '통합'하라는 것이 요구인 것 같다.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으로 진보민주세력이 흩어진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견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통합을 통한 거대 한나라당을 통한 견제 세력을 만들어 달라는 게 호남 민심의 핵심인 것 같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여러 중진 선배 의원들이 계시지만, 중앙정치에서 지역 여론을 바탕으로 한 의미있는 활동과 지역구민 자존심 느낄 활동을 한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생각한다. 지역구 발전에 대해서도 노력하겠지만,“내 지역구 의원이 중앙정치에서 이런 제대로 된 활동을 하는구나”라는 자긍심을 주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목표도 있다.광주지역민들은 지역구 관리에 충실한 의원도 중요하게 평가하지만, 국가의 미래에 대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에 대한 기대가 더 높다고 본다.

-정치와 연관을 맺은 이후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정동영 후보가 96년 정치입문 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정치를 사사받았는데 그런 정 후보를 보좌하며 직접 정치를 제대로 배워 왔으니 참모로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중에 굳이 어려웠던 일을 찾자면 2000년 '정풍운동 때 구 동교동계와 정 의원이 맞섰던 일이다. 권력실세에 맞선다는 것의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이번 대선 패배 했을 때가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다. 모시는 분이 대통령 되는 게 정치입문 목표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우리가 민심에 유리돼 있었나 하고 개인적으로 견디기

힘들더라.

-당선되더라도 야당의원이라 입지가 좁을 텐데 각오가 궁금하다. 또 '국회의원 정기남'으로서 이루고 싶은 큰 목표가 있다면?

▲정치권에 처음 인연 맺을 때 꿈이 야당 부대변인이었다. 견제할 건 견제하고 협력할 건 하는, 선명야당의 부대변인이 꿈이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그 꿈에 가까워진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회비용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는데, 그런 때 과감히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제대로 된 야당, 거대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이 될 수 있도록, 진보민주정치계 통합을 위해 전면에 나서겠다. 국회에 입성하면 그런 '정치적 디자이너'의 역할을 하겠다. 두 번째, 12년 동안 중앙정치 무대에서 보고 배운 바를 통해, 5년 후 정권 탈환을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민심과 맞닿아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서민의 애환을 함께 하는 정치, 봉사하는 정치의 전범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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