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교육청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부산 여중생 집단 폭력사건이후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번지고 있는 청소년 범죄, 이번엔 학교 당국이 이를 알고도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혹까지 일어나 시민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울산 청소년 상담센터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A(13)군. 경찰은 A군에 대한 수사 결과, A군이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A군의 피해사실은 이미 학교당국이 알고 있었지만 학교 폭력 위원회의 부실 검증과 함께 학교장이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까지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입학 직후인 지난 3월부터 A군의 팔과 뒤통수를 때리고 말투를 따라하거나 의자에 앉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A군을 괴롭혔다. 타 지역 출신인 이군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며 괴롭혀 왔다. 이를 견디지 못한 A 군은 지난 4월 학교 3층 복도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고, 이를 목격한 학생들이 가로 막은 것도 드러났다. 이후 청소년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센터 측이 이 같은 사실을 학교 측에 알리면서 학교폭력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5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A 군이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고 돌발행동을 자주한다는 이유로 동급생들의 학교폭력 혐의는 없다고 황당한 결론을 냈다. 그것도 모자라 학폭위는 A 군에게 정신과 치료와 함께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병원 진료 및 학업중단 숙려제 실시'를 통보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자신을 환자 취급을 하는 학교 당국의 충격적인 결정에 A 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6월 울산의 한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에 A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울산시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이 마저 기각되며 유족들에게 상처를 줬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경찰조사에서 문제는 더 커졌다. 학교 교장 정모씨가 경찰 조사에서 수사 담당 경찰관인 조모(40) 경사에게 수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주려고한 정황이 드러난 것. 조모 경사는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자 의혹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조모 경사에 대해 내사에 들어갔다.

이 군의 아버지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내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을 잃었다. 자식을 두 번 죽인 것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다"며 "가해학생 뿐만 아니라 학교와 시교육청, 시청 재심위원 등 이번 사건의 담당자 모두가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불거지자 울산지방경찰청은 12일 오후 3시 경찰청 대강당에서 시교육청과 함께 '학교폭력 및 청소년 자살예방 정책 포럼'을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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