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 우리는 정말 그들을 이해하는 걸까?

▲영화 '분장'의 감독과 배우들은 독립영화 현장에서 서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촬영 내내 서로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왼쪽부터) 배우 안성민, 오도이 음악감독, 남연우 감독, 배우 양조아, 홍종호, 한명수.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아직도 많다. 영화 <분장>은 우리가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15일 ‘분장’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됐다. 주연과 연출을 동시에 소화한 남연우 감독과 배우 한명수, 안성민, 홍정호, 양조아 그리고 오도이 음악감독이 특별히 자리를 같이했다.


▲ 연출과 연기까지 일인 다역을 소화한 남연우 감독.


배우인 송준(남연우)은 트렌스젠더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다크 라이프’의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실제 트렌스젠더인 이나(홍정호)를 만나고 무용을 전공하는 친동생 송혁(안성민)에게 안무도 도움을 받는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진심이 담긴 연기로 ‘다크 라이프’는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한다.


승승장구하던 중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송준은 그동안 자신이 확신했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가식적인 채로 무대에 오르는 자기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한다.


▲ 트렌스젠더 '이나' 역을 거의 완벽히 소화한 배우 홍정호.


영화 <분장>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 영화 발굴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인 ‘아시아영화펀드’(ACF) 후반작업지원펀드에 선정된 작품이다.


▲ 송준의 친동생 송혁 역을 연기한 배우 안성민.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전개되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전반부에는 단순히 어느 가난한 배우의 성공담인 듯 비춰지고 후반부는 충격에 빠진 송준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180도 바뀌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조를 이루는 영화의 전개방식은 자칫 너무 단순화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관객들이 지루해 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보는 이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아무래도 그 원천은 배우들의 호연이 아닐까 싶다.


▲ 극중 연극 '다크라이프'의 조연출 역을 맡으며 영화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한 배우 양조아.


시사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 장에는 또 한 번 반전이 일었다. 극중 트렌스젠더 이나 역을 맡은 배우 홍정호가 너무나 남자다운 모습을 나타났기 때문.


홍정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가장 욕심이 났던 캐릭터가 ‘이나’였는데 감독님이 거절했다”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촬영 한 달 전에 10kg을 빼라고 하시면서 배역을 맡겨주셨다. 그 때부터 한 달 동안 소개받은 실제 트렌스젠더 친구와 같이 다니면서 그들의 말투나 동작 그리고 생활까지 공부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 송준의 절친 우재 역할을 한 배우 한명수.


남연우 감독은 영화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영화를 만들면서는 등급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면서 “15세 관감가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배우의 연기와 함께 OST도 귀기울여볼만 하다. 영화음악은 오도이 음악 감독이 모두 창작한 것으로 곧 음반으로 발매된 예정이다.


▲ 영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창조해 낸 오도이 음악감독.


한국의 환경에서 독립영화인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분장>의 배우들과 스탭들은 대부분 여러 독립영화 현장에서 이미 친분을 쌓은 사이다. 촬영하면서 그런 점들이 힘이 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는 원천이 됐다는 후문이다.


내가 믿고 있었던 것들이 사실은 위선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부인하거나 또 다른 위선으로 포장한다. 나는 과연 나와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과연 내 진심일까. 영화는 주인공 송준이 처음 느꼈던 충격의 순간을 가능한 한 지속시킴으로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긴 여운을 갖게 한다.


영화는 9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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