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곤 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과정에서 농촌의 인적자원과 토지 등이 도시로 이전된 결과로 농업이 상대적으로 축소하는 과정을 걷고 있다. 현장에서는 노동력 부족에 의한 규모확대 제약이나 작업수위탁 확산, 농지임대차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농업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새로운 동향이 있다. 도시에서 고용기회 제약, 과밀, 혼잡, 오염에 의한 '도시피로'현상이 누적되고 있다. 이것이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인구이동, 즉 귀농과 귀촌으로 이어진다. 농업의 축소산업화와 한계농촌 소멸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농업 진흥과 농촌사회 안정, 도농상생이라는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 농업은 상대적으로 축소하는 산업이다. 농업부문 GDP 비중이 40%에서 7%로 감소하는 기간을 비교하면, 서구는 92년에서 165년이 경과하였다. 반면에 일본은 73년이고, 우리나라는 26년이라는 초단기이다. 고도성장은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이동을 촉진하여, 농촌의 과잉취업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였다. 반면에, 도시근로자와 농가간의 소득격차를 비롯하여, 농업내부의 계층간 격차의 확대라는 그늘도 짙게 하였다.
도농간 인구이동의 추이를 보자. 먼저 ‘농가호수’는 1967년 최고 259만 호에서 2015년 109만 호로 57.8% 감소하였다. ‘농가인구’는 같은 기간 1,608만 명에서 257만 명으로 무려 84.0%나 감소하였다. 농가 가구원수는 2015년 2.40명으로 줄어들어 고령자 중심의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농가인구 고령화율은 2015년 38.4%로 높아져 노동력의 약체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농촌인구’는 1970년 1,817만 명에서 2015년 절반수준으로 떨어지고, 전체인구에 대한 농촌인구 비율은 같은 기간 58.8%에서 18.4%로 줄어들고 있다. 이제 농업부문은 ‘노동력 고갈’ 상태에 들어섰고, 한계농촌은 소멸로 향하고 있다.
다행히 농촌인구가 증가하는 반전이 있다. 농촌인구는 2005년 경미한 감소를 거쳐 2010년 876만 명을 바닥으로 하여 2015년 939만 명으로 늘어나, 5년간 63만 명의 순증을 기록하였다. 배경에는 '귀농귀촌'이 있다. 도시피로가 도시민을 농촌으로 밀어내는 요인이 되었고, 도시농업을 통한 도시민의 농업에 대한 이해증진, 직거래와 교류 등에 의한 농업농촌 선호도 변화가 이를 가속화 하였다. 또한 6차산업화에 의한 성장가능성, 아름다운 경관, 여유 있는 시간과 과소 등 농업농촌이 가지는 긍정적인 요인이 도시민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으로 작용한 결과다.
귀농귀촌은 2000년대 중반이후 변화가 나타나 201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 전체 규모는 2016년 현재 33만 6천 가구에 49만 6천 명에 달한다. 소위 ‘귀농귀촌50만명시대’에 근접하고 있다. 특징은 40대 이하의 세대가 전체의 42.0%를 차지하는 등 청년층이 늘어나고, 공간적인 범위는 수도권에서 그 인접지역으로, 그리고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귀농귀촌은 도시청년의 고용기회 창출, 영농후계자 확보, 농촌인력 확보, 마을공동체 회복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농촌사회의 ‘새로운 피’로서 다양한 역할이 기대된다.
농촌사회에는 ‘고령 원주민’‘도시 귀환자’‘결혼이민자’‘외국인노동자’등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혼재한다. 서로 보완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농촌이 가지는 강점, 즉 시간, 경관, 안심 등의 특성을 살리되, 농업생산-가공-판매-관광-체험 등을 연계한 비즈니스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로써 도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방향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먼저 고령 원주민에게는 체력이나 능력에 적합한 일자리 제공은 물론이고,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고령자의 성실성과 기능을 살리도록 영농지원제도와 생활편의, 간병·의료 등의 서비스도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도시 귀환자는 새로운 피로서의 역할을 한다. 영농 정착과 정주 안정에 필요한 지원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외국인노동자도 농촌사회에서 불가피한 존재다. 적절한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지역내 협력관계가 요구된다.
청년층과 고령자를 포함한 남녀노소의 협력체제가 형성되면, 소멸상황으로 나아가는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실업이나 혼잡으로 누적되는 도시피로도 회복된다. 양자가 순환하는 관계가 반복되면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새로운 길이 된다.
핇자 약력
△일본 도쿄대학대학원 박사수료(농업경제학)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국민공감농정위원회 위원
△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이사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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