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 캠페인서 사망자까지 발생했지만 "韓, 우리 수산물 차별" 적반하장의 日 정부

▲ 후쿠시마 원전폭발 당시 불타오르는 원자로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미야기(宮城)현 동쪽 100여km 지점 해저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멀리 떨어진 후쿠오카(福岡)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진이었다.


해저지진은 곧바로 거대한 파도 즉 쓰나미(津波)를 일으켰다. 수 미터 파고에 달하는 거대한 파도가 곧바로 일본 동부 해안지역을 습격했다. 파도는 지상의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갔고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총 1만8천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재앙의 시작에 불과했다. 파도는 후쿠시마(福島)현 후타바(双葉)군 해안가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전도 덮쳤다. 지진을 감지한 원자로는 안전을 위해 자동 셧다운되었지만 이를 대체할 비상발전체계가 침수로 인해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노심 냉각을 위해 필수적인 전기가 끊김에 따라 노심 온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설상가상 도쿄(東京)전력의 늑장대처까지 겹쳐 해수(海水)를 끌어오지 못함에 따라 위험수위까지 달아오른 원자로 3기가 노심용융(meltdown)을 일으켜 결국 원전 건물 4개가 대폭발했다.


원자로 안에 갇혀있던 치명적인 물질, 즉 방사능이 곧바로 후쿠시마 일대를 휩쓸었다. 체르노빌 사태와 동급인 7등급에 해당하는 대규모 원전사고였다.


많은 현민(県民)이 방사능에 오염돼 2013년 3월까지 최소 789명이 사망했다. 또 수많은 현민들이 지금까지도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어린이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급증했으며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자도 속출했다.


日 정부 "韓이 우리 수산물 무시" 수입 재개 압박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방사능에 감염된 오염수가 원전에서 흘러나와 서태평양상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상이 드러나자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와 인근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 등을 골자로 한 임시특별조치를 발동했다.


대한(對韓) 수출에 의지하고 있던 자국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일본 정부는 행동에 나섰다. 조치 발동 2년 뒤인 2015년 5월, 한국이 일본 수산물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이다.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는 한국으로서는 당연한 자위적 조치였지만 방만한 대응으로 이를 자초한 일본 정부는 적반하장 격으로 수입금지를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근래 WTO는 일본 측 손을 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분쟁의견서, 여러 통상전문가의 객관적 의견, 그동안의 진행상황 등을 종합할 때 유감스럽게도 1차 분쟁 패소는 확실해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패소에 대비한 대응책을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협상과정과 내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상소, 양 국 협상 등 절차가 남아 있기에 최소 2019년까지는 일본 수산물 수입이 재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방사능 소멸 시효가 무려 200~300년이라는 것이다. 불과 2년 전인 지난 2015년 9월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오염수가 또다시 해양으로 유출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 오츠카 노리카즈(大塚範一)의 건강했던 시절(위)과 후쿠시마 수산물 섭취 후 모습

福島 수산물 섭취 후 사망자까지.. 日 정부 '나몰라라'


일본 수산물이 이미 심각한 방사능 피폭에 노출된 점은 객관적 사실로 입증된 바 있다.


자국 시장은 물론 한국 등 해외 시장으로의 후쿠시마 및 인근 지역 수산물 판로마저 막히게 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지극히 황당한' 대응책을 내놓는다. 바로 '먹어서 응원하자!(食べて応援しよう!)'라는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다.


이 캠페인 내용은 이름 그대로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 수산물을 구매해 해당지역 어민들을 돕자"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누구도 호응하려들지 않자 급기야 내각은 유명 연예인들을 동원하면서까지 동참을 호소했다.


대형기획사 쟈니스(johnnys) 소속 남성 아이돌그룹 토키오(TOKIO)가 TV 광고에 출연해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먹고 아베 총리 자신도 후쿠시마산 문어를 시식한 후 "직접 먹어보길 바란다"며 안전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의 국민 아나운서로 인기를 끌었던 오츠카 노리카즈(大塚範一)는 캠페인에 참여한 대가로 심각한 신체 내부피폭을 당해 2011년 급성림프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방송계에서 은퇴했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그는 발병 1년만에 얼굴이 크게 부어오르는 등 노쇠해진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나타나 충격을 던졌다.


아이돌그룹 토키오도 내부피폭을 비껴가지 못했다. 멤버 중 한 명인 야마구치 타츠야(山口達也)는 캠페인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건강을 측정한 결과 세슘 137의 20.5Bq/kg 내부피폭 판정을 받았다. 이는 병리조직학적인 세포·장기 손상을 야기하는 수준이다.


사망자도 발생했다. 조부의 고향 후쿠시마를 응원하고 싶다면서 원전 주변 30km 이내에서 직접 낚시로 낚아올린 생선을 섭취한 낚시 칼럼니스트 아베 히로토(安倍裕人)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23세에 불과한 나이에 안타깝게 눈을 감았다.


이처럼 후쿠시마 수산물의 방사능 피폭 실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아베 내각은 아무런 해명 없이 자국은 물론 이웃국가들에까지 섭취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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