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철 본부장

새롭게 출발한 정부의 국정 목표 1번이 일자리 문제이듯, 이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상황이다. 정계에서는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 창출 방법이 정답이 아니라고 비판하지만, 그들도 별달리 뾰족한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단시간 내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매우 공허한 울림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진출가능 시장이 있는 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일, 사업의 지속성이 있으며 국가의 미래에 이익이 되는 일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일이라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세 가지 조건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해외농업개발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우리의 진출시장이 될 수 있는가를 본다.
우선 우리나라 밖의 사정을 돌아보자, FAO의 2017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 70억 인구 중에 2016년 세계 영양부족인구를 8억 1,5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절대 다수가 식량부족에 신음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숫자는 전년보다 크게 증가하여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개도국들은 대부분 60% 내지 70%이상의 농촌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거의 기아와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농촌지역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떠한 정권도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발도상국의 많은 고위층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의 농촌을 돌아보고는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이 있다. 불과 50년전 한국전쟁 직후 기아에 시달리고, 얼마 전까지 되풀이되는 가뭄을 겪던 한국 농촌이, 주곡 자급을 넘어 현재와 같은 농업, 농촌으로 발전되어 있는 그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본 후에, 그네들의 농촌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니 우리의 경험을 활용하여 도와달라고 진심을 담아 얘기하는 것이다. 그 어느 나라의 대통령, 농업부 장관이 이를 원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아프리카, 동남아 나라들은 물론, 엄청난 토지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여 애를 먹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도 우리의 시장이다. 농업개발은 그 나라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의 경쟁력을 보자.
우리는 외국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힘으로 오늘날의 농업, 농촌을 이루어 냈다. 품종개발, 농산업 육성, 농업용 시설 투자와 운영, 가공과 유통 등을 자력으로 이룬 것이다. 외국 차관에 의존하여 농업인프라에 투자하면서도 농업분야의 발전이 더딘 대다수의 개도국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또한 선진 농업국들의 현대 농업이 개도국에 바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개도국들의 현재와 같이 거의 바닥에서 오늘을 이끌어 낸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이룬 한국의 농업발전은 매우 성공적인 케이스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경쟁력이 있다.
셋째로 사업의 지속성이 있으면서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렇게 개도국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고 토지와 인적자원은 얼마든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지개발, 농수로 및 저수지 건설 등의 부족한 농업생산기반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농업투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투자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상업적인 투자가 어려워 민간부문의 진출에 크게 기대할 수도 없다. 또한 선진국들의 식민지가 되었던 기억이 있는 나라들은 장기적으로 농지를 내어 주어야하는 농업 분야의 협력에 쉽게 다가서기도 어렵다.
하지만, 해외농업협력은 개도국만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농업은 종합산업이다. 소위 후방산업으로는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농자재 등이 있고, 전방산업으로는 저장, 가공, 유통이 있다. 우리 농산업이 국내에서는 이미 정체되어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는지 이미 오래 되었다. 농업은 어느 나라에서든 정책산업이기 때문에 단순 비즈니스 차원에서 그리 쉽게 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비빌 언덕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파고 들어가는 괴력을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엄청난 일자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매년 쌀 생산량의 4배 내지 5배에 달하는 콩, 밀, 옥수수 등의 사료곡물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농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령도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도국의 농업에 협력하면서 우리의 식량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경제 대외의존도는 80%를 넘는다. 우리는 외국에 수출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 몇 가지 상품에 의존하여 미래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또 수입국들이 언제까지나 무역 역조를 감내하면서 우리 상품을 사 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대외 의존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대부분의 선진외국과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절실한 것을 주고 받으며 쌓아 올린 신뢰 위에 양국의 교역관계를 이어간다면, 단순한 정치, 경제적 관계로 맺어진 것보다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강력한 동반협력자를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정부가 국가간 협력차원으로 개도국의 농업기반 조성사업에 참여하여 비빌 언덕을 만들어 준다면, 개발과정에서 우리 농업 및 건설기술자들의 진출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투자 회수기간 동안의 운영과정에서도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더 큰 것은 우리나라 민간기업들이 연관 농산업에 투자하여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2014년 12월 서울대학교 방문 특강에서 “농업은 향후 가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 중 하나이며, 앞으로 20년간 가장 선망이 되는 직업은 농부가 될 것이다”라고 예상하면서, 학생들에게 “ 교실을 나가 드넓은 농장으로 가라. 앞으로 농업은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라고 설파하였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향후 10년간 가장 유망한 6개 투자분야의 하나로 농업을 꼽았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역시 “미래 농업은 기술 혁신과 융합되면서 가장 멋진 직업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농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예측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며 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농업기반투자는 상호간의 신뢰하에 최소한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협력이 유지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국가가 외국정부와 협력하여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준다면, 이를 활용하여 일자리 만들어 나가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일반 제조업이나 소위 첨단산업 분야보다 사업 리스크도 훨씬 적다. 국가와 국민이 하나로 뭉쳐 이제 농사가 아닌 농업을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일자리를 해외 농업에서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 약력
△㈜오이코스 경영기획본부장
△공학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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