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여론 앞 '대응 과정 비공개' 고수.. 국민 불안 고조

▲ 日 '방사능 수산물' 유입 위기 앞 거리로 나선 어린이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일본 '방사능 수산물' 유입 위기 앞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는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전망대로라면 내달 초 패소 결과가 담긴 WTO(세계무역기구) 최종보고서가 나올 것"이라며 "새 정부는 이를 엎질러진 물로 여길 게 아니라 구체적 전략을 통한 상소로 국민 먹거리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중국, 러시아, 대만 등 인접국은 우리보다 한 층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했다며 정부가 규제의 정당성을 제대로 입증하고 지금까지의 대응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 노력과는 별개로 일본 수산물이 이미 국내에 몰래 밀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근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일본산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결과'에 의하면 최근 3년간 무려 30건의 방사능 검출 일본 수입식품이 적발됐다.


그 중에는 활참돔, 청상아리 등 수산물도 4건 포함됐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흘러나온 방사능 오염수가 서태평양으로 흘러들어 많은 수산자원이 방사능에 오염돼 일본에서 이미 사망자까지 발생 것을 감안하면 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후 6년이 지났음에도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어 일본 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며 "정부는 WTO 승소를 위한 일본 수산물 위험평가, 과학적 입증을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 부처, '국감 제출' '言 인터뷰' 일체 거부 방침"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WTO 대응에 소극적이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WTO에 제소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공식발표했다.


바로 전 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WTO 제소를 대중(對中)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하루만에 뒤집었다.


10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이던 지난 3월, 복수의 법무법인 자문을 거쳐 중국의 사드보복이 WTO '최혜국대우' 규정위반으로 WTO에 제소 시 승소가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이 문제에서 결정권을 가졌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매체에 정부 교체기를 앞두고 중국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해 결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결정적 카드를 결국 백지화한 것이다.


다만 한중(韓中)이 WTO에서 맞설 경우 양 국 관계 악화가 장기화돼 우리 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반박도 존재했다.


일본 수산물 수입 위기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소극적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부 대응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한 매체에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제소관련 내용 당사자에게 기밀유지 의무를 부과한 WTO 규정에 따라 지금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매체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는 최근 이같은 비공개 방침을 공유했다. 또 국정감사 자료 제출요구, 언론 인터뷰에 일체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관련 WTO 패소를 최초전망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WTO 규정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얼마든지 국민, 국회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은 일본 '방사능 수산물' 유입 위기에 불안해하는 민심을 더욱 흔들리게 하고 있다. 국민으로서는 영문도 모른 채 최소 2년 후 방사능 피폭 위기에 노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현 정부 슬로건과 상반되는 행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촛불민심'을 앞세워 출범한 정부가 '국민 알 권리'를 제한한다면 그 전에 존재했던 정부들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본 수산물 수입 위기와는 관련없지만 이미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촛불 대통령이 아니다"는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래의 다수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림을 보이고 있다. 국민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문 대통령은 임기 중반 이후 조기 레임덕(lame duck. 권력누수)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정부는 민심에 대한 역행 대신 순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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