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했던 순간들 넘어, 2017 KBO리그 우승 및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거머쥐다

▲ 3일 기아타이거즈 선수단이 우승 확정 후 기념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기아타이거즈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기아타이거즈가 8년 만에 KBO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최종성적 87승56패1무, 승률 0.608의 성적을 거뒀다. 리그 2위인 두산베어스와는 1.5게임 차이 1위다.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기아는 10대 2로 대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었다.


더불어 양현종과 헥터가 나란히 20승을 거두며 32년 만에 한 팀에 두 명의 20승 투수 배출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타격 부문에서는 팀타율 0.302로 역대 팀타율 1위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밖에도 타율 0.370으로 시즌 타격왕에 오른 김선빈을 포함해 3할 타자 7명을 배출하며 한 팀 한 시즌 최다안타(1554개)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8게임 연속 두 자리 수 득점도 주목할 만한 기록이다.


시즌 87승은 해태 시절을 포함해 역대 최다승 기록이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도 따내며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이 역시 팀 최다 우승 기록 도전이다.


이렇듯 화려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기아타이거즈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전반기를 안정된 선발투수진과 폭발적인 타격으로 2위와 격차를 여유 있게 벌이며 마감했지만 후반기 들어 승률 5할을 밑도는 성적으로 ‘1위 같지 않다’는 언론과 팬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기아는 4월 12일 1위에 오른 이후 공동1위를 허용할지언정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았다. 질타의 이유는 좀 아이러니했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허약한 불팬진으로 인해 늘 불안한 승리를 해야 했다. 후반기에는 타자들의 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선발 투수진도 흔들렸다.


급기야 일부 팬들은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그가 늘 고수해오던 동행 야구와 형님 야구가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느슨하게 했다는 것이다. 부진한 선수를 계속 기용하고 투수나 타자 교체 타이밍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김기태 감독은 주전 선수들 보호차원에서 경기 후반에는 늘 교체를 해줘 휴식을 할 수 있게 끔 했고 후보 선수들에도 골고루 기회를 주는 야구를 시즌 막판까지 지속했다. 선수들을 배려하는 김기태 감독의 '동행야구'에 따른 것이었다.


흔들릴 법도 했지만 김 감독은 이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후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최형우와 이범호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던 김주찬, 안치홍, 나지완, 김선빈 등도 못 칠 때가 있었으나 성적 부진을 이유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지는 않았다.


서동욱, 김호령, 최원준, 고장혁 등 후보 선수들 고르게 기용했고 부진한 불펜 투수들에게도 계속해서 기회를 줬다. 결국 이들은 매 위기 때마다 한 방씩 터트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 2017 시즌 나란히 20승 고지를 점령한 양현종(왼쪽)과 헥터.


덕분에(?) 시즌 마지막경기까지 팬들은 조마조마하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kt위즈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20대 2라는 처참한 패배를 당하고 두산에 0.5 게임차로 쫓겼다. 남은 두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자력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일 kt와의 2차전이 펼쳐졌다. 선발은 20승을 노리는 양현종. 후반기 들어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는 피칭으로 고비 때마다 위기를 잘 넘겼다. 수비수들의 실책으로 2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6이닝 이상 책임져주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양현종에 이어 임창용과 김세현이 이어 던지며 경기를 5대 3으로 마무리하며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임창용과 김세현도 그동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제 몫을 다해 줬다.


타선에서는 안치홍이 2개의 홈런으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3일 경기에는 헥터의 역투와 타선의 고른 폭발로 kt의 거센 추격을 따돌렸다. 헥터는 비록 안타를 많이 맞기는 했지만 특유의 완급 조절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갔고 수비의 도움을 받아 6과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투구를 마무리했다.


이날은 전날과 달리 이명기와 나지완의 홈런과 김주찬, 이범호, 김주형 등의 안타가 적절하게 터지면서 10대 2 여유 있게 승리를 챙겼다.


특이할 만 한 점은 2연승 기간 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불펜 투수들은 기용하지 않았다. 필승조인 임창용과 김세현을 이틀 연속 기용했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김기태 감독도 필승 의지를 보인 셈이다.


야구에는 절대강자도 없고 절대약자도 없다. 1위 팀과 10위 팀이 붙는다고 해서 1위 팀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타격도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기태 감독은 부임 첫 해에는 이렇다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16 시즌에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올해에는 무려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3년 동안의 동행 야구가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동행’은 요즘 시대에 트렌드이기도 하다. 지난 시절 야구도 변화하고 있다. 권위적인 리더십이나 오직 1등 그리고 1등 ‘다움’이라는 굴레는 이제 벗어던질 때도 됐다.


10월 24일부터 한국시리즈가 시작된다.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를지 누가 우승할지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선수들의 자신감과 기가 중요해진다.


기아타이거즈 선수들은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을 때에도 1위를 빼앗길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부진함 속에서도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기아타이거즈의 아이러니한 저력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