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회원농협 연말 업적평가에 농민신문 보급률이 왜 들어가나?

농민신문 구독료 부담으로 “허리 휘는 농협 살림”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민신문이 한국 농업의 성장·발전을 위해 농업 전반에 걸친 정보제공과 기사를 발굴·보도하는 데에 취지를 두고 발행하고 있으나 지역농협 연말업적평가에 신문보급률을 반영시키는 등 불법불공정거래를 일삼는 것으로 드러났다.

1961년 10월 월간 '새농민'을 시작으로 2008년 창간44주년을 맞는 농민신문은 농협중앙회의 자회사 중 하나로 △농산물포장재 공급 △장표와 서식, 홍보물 인쇄 △인터넷 홈페이지구축 △캘린더, 수첩 제작 등의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2007년 3월 농민신문은 공문을 통해 전국 농협과 축협, 품목조합들에게 신문의 보급과 증부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면서 연말 조합업적평가기준 항목에 신문보급실적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농협의 농민신문보급률이 지도사업의 일환으로 업적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상 거래상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일개 자회사인 농민신문이 농협내부 문서망(하나로 전자사무실 문서수발)을 통해 일괄적으로 전국농협에 문서를 시행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농협직원이 농민신문 판매사원으로 전락
평가방법으로는 농민신문사 정기간행물 총 보급실적을 조합원 수에 비례해 농촌형은 총 15점, 도시형은 총 10점을 평가 받을 수 있다고 되어있다면서 보급률 계산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한 했다.(보급률=[총보급부수(금년연말 현재 평잔)÷ 금기 연말 조합원수]×100)

더욱이 “지난해까지는 지역농협, 지역축협만이 농민신문사 정기간행물 보급관련 부분에 대한 업적평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품목조합,품목축협,인삼농협의 농민신문사 정기간행물 보급실적을 업적평가기준에 포함시킨 만큼 모든 농협에서는 보급확대를 통해 연말 높은 업적평가를 받으시길 요망한다”는 내용은 농협직원이 농민신문의 판매사원으로 전락됐다는 지적이다.

이 공문의 심각성은 농협 및 축협, 품목조합의 직원들이 신문을 팔아야한다는 웃지 못 할 상황이지만 더욱이 지역회원조합간의 경쟁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것. 특히 “금기 보급부수가 50부 미만이거나 전기보급부수보다 감소한 경우에는 '0'점 처리한다”는 내용은 공정거래법에도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자회사인 농민신문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농협 연말 업적평가에 신문보급률을 포함시키고 직원들에게 구독 또는 증부를 강요하는 것은 강제성이 있느냐 없는냐를 따져봐야 하지만 불법적인 소지가 많은 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농협과 농민신문의 내부규약을 검토해야 하지만 농협직원들에게 자회사인 농민신문이 판매를 경쟁시키면서 이를 업적평가 기준으로 삼고, 차별적인 포상과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림부 관계자 역시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자체 조사를 통해 시정조치를 해야한다”고 답변해 철저한 사실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농민신문의 폐단에 대해 지역회원농협 직원들의 불만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역농협에 전남에 근무하는 A씨는 “농협중앙회는 2005년 '농민신문 읽기운동'을 전개해 각 지역별로 신문구독 지표를 제시하고 직원들에게 구독과 증부를 강요했다”면서 “지역본부에서 사무소별 신문구독 지표를 부여하자 직원별로 1부씩 볼 것을 강요했고 수십부는 사무소 비용을 변칙 집행해 구독료를 부담했다”며 강매사실을 성토했다.

농민신문의 지역농협과 직원대상으로 한 강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공문에 따르면 평가대상을 농민신문 구독률에만 그치지 않고 '전원생활', '어린이동산', '디지털농업', '월간축산' 등 부속잡지에 대한 구독률까지 평가한다고 되어있다.

농협이 농민신문 보급에 열을 올리는 이유
농민신문은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이지만 별도 법인으로 경영이 분리되어있다. 독립경영이란 사업의 전문성 및 경영효율성과 경영책임을 스스로 담당해야 하는 것이 보편적 인식임에도 불구하고 모기업인 농협중앙회가 신문구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농협중앙회의 구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농민신문사 전·현직 사장의 경력을 보면, 전 사장인 B씨는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로 퇴임하고 농민신문사 사장으로 임명되었고, 현재의 사장 C씨는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로 퇴임한 후 농민신문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또, 농민신문사는 각 지역별로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나 지사장 역시 현직 농협중앙회 각 지역본부장이 겸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신문 전남지사장의 경우, 현 전남지역 본부장이 위촉지사장 형태로 겸임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 조합장들은 농민신문 대의원과 감사, 이사 등으로 등재되어 있어 조합원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1,000부이상 구독 사무소 직원은 해외연수까지
또 농민신문사는 2007년 보급 활성화 및 유공직원 사기 진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보급우수 직원 수십명을 선발, 경비일체를 부담하고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해외연수를 보냈다.
100부 이상 증부 농협과 1,000부 이상 구독 사무소의 직원들이 연수 대상이었으며 전국의 농협 중 전남지역 농협이 영예(?)의 1위를 차지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서 부각된다. 전남지역본부의 경우 1,000부 이상을 구독하는 지역조합은 7개 조합(팔영,광양,벌교,순천,여천,무안,여수농협)으로 나타났다. 만약 제보처럼 조합이 신문구독료를 농협예산으로 집행한다면 1,000부 구독할 경우 연간 5천4백만원의 예산이 지출되어 그 피해가 농민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신문보급실적이 지도사업의 일환으로 업적평가를 받는다는 공문에 대해 “모르는 일이다”고 부인하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농민신문의 구독료를 지역농협의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직원과 조합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전남지역농협에 근무하는 직원 D씨는 “농민조합원들은 농민신문에 대해 무상공급을 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우리농협도 무상으로 보급하고 조합에서 구독료를 내고 있다. 타 지역 농협들도 쉬쉬하지만 이 같은 일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고 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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