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연휴 끝자락에 방문객이 좀 많았다. 그 중 모두 경상도 출신인 남편 친구 부부들 모임 이름이 ‘묵죽회’다. 처음 사람들이 그 이름을 들으면 대나무 숲길 사이로 풍기는 묵향을 연상하곤 한다. 그런 우아하고 고상한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도 정작 명명의 연유를 들으면 그만 가가대소 하고 만다. -묵고 죽자!- 이 강령의 첫머리를 딴 이름이기 때문이다. 모임의 내용도 매번 이름에 어울릴 만큼 알차다. 바비큐에 굽기 좋게 두껍게 자른 돼지고기 삼겹살을 사와 새우와 소시지, 단 호박, 양파 가지 등과 같이 구웠다. 밥반찬으로 풋 채소 겉절이에 몇 가지 나물까지 즉석에서 무치고 야외 화덕에 걸어둔 무쇠 솥에다 소고기국까지 끓였다. 이곳에 내려와서 첫 번째 숙박 손님인데다 야외에서 이 모든 활동을 하니 손님들이 전부 하겠다고 해도 주인장이 쉴 수는 없는 일. 내가 생각해도 직접 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것저것 심부름하다 보니 갑자기 오른 쪽 무릎이 덜컥 꺾이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아이고!-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일어 날 수도 없다. 처음엔 혼잡해서 사람들이 몰랐다가 주인장이 꼼짝 못 하고 있으니 알아채고 모두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일단 방에 들어가 쉬었다. 10분쯤 있다 보니 일어날 만 했다. 호랑이 약을 아픈 쪽인 오른 쪽 무릎에 듬뿍 바르고 답답해도 참고 말로만 지휘를 했다. 덕분?에 일은 안 했지만 손님에겐 미안하고 맘속으로 겁도 더럭 났다. 이렇게 아프다가 정말 일어나지도 못 한다면?
시골 내려가면 고생을 바가지로 할 거라던 서울 친구들 예언을 맞춰주고 싶지 않았다. 바가지는커녕 재미만 있더라고 말해주고 싶었고 사실로 그러했었는데........
다행히 무릎이 아파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서로가 조언을 한 가지 씩 주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럴 듯한 것만 추려본다면.
1.자세가 올바르면 무릎이 안 아프다.
2. 마사이 족처럼 두 다리를 죽죽 펴고 뒤꿈치부터 땅에 딛는다. 넓적다리 뒤쪽이 죽죽 펴지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푸른 홍합이 들어간 뉴질랜드 산 글루코사민을 먹어야 한다거나 연골에 좋은 검은깨 연근 고구마 등을 먹어야 한다느니 말들이 많았다.
누워 있으면서 –효리의 민박집-을 보았는데 민박 손님은 아침식사만 제공 받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아이유 같은 직원도 하나 있고........부럽다. 한 끼만 준비한다면 민박집 할 만 한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환성이 터지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몇 시지? 휴대폰 시간은 12시 반. 밖으로 나와 보라는 손님들의 외침 소리에 무릎 통증도 까맣게 잊고 나가 보았다. 모두가 목을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검은 하늘에서 주먹만 한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크기가 주먹만 하다는 것이지 모두 뾰족뾰족했다. 별이 5각형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안 날이었다. 그 뾰족한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나를 찌를 것만 같았다. 무서웠다. 50년 60년 전 쯤에 보던 별들이었다. 그 동안은 그저 흐릿한 동그라미였는데........진짜 별들이구나. 별이 저렇게 생겼었지. 그 동안 잊고 있었다.
영천이 ‘별빛촌’이라고 선전을 했어도 그건 그저 영천 보현산에 천문대가 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저 별들을 직접 망원경으로 본다면 얼마나 더 가슴이 떨릴까? 하지만 천문대에 가지 않아도 별들은 이미 가까이 다가와 내 가슴을 노크하고 있었다.
오늘 별빛촌에 이사 와서 처음으로 별님을 만났다. 다음엔 무서워하지 않을 거예요.
별님, 안녕!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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