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투데이코리아 회장

“지구가 아닙니다. 해구(海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은 표면의 71%가 바다입니다. 산소의 75%를 바다가 생산하고 이산화탄소의 50%를 바다가 정화합니다. 생명체의 90%도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2년 여수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의 홍보자료에 실려 있던 머리글입니다. 바다의 물에다가 육지의 내해(內海)와 크고 작은 호수, 강과 하천, 개울물과 시냇물까지 합치면 이 행성의 표면 중 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커질 것입니다. ‘땅의 행성’, 지구(地球)가 아니라 수구(水球), ‘물의 행성’이라고 불러야 마땅하겠지요.
물은 두말할 것도 없이 모든 생물이 생존을 영위하는데 필수불가결의 생명요소입니다. 일정량 이상의 물을 마시지 못하면 모든 생명체는 생존 유지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기후변화의 중심에도 역시 물이 있습니다. 물이 증발한 수증기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눈이 되어 다시 환원합니다. 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활동을 시작합니다. 물이 있어야 마을이 생기고 산업이 일어나고 경제가 살아납니다. 물이 있어야 인류사회의 문화가 비롯되는 것입니다. 즉 물은 인류사회의 경제와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고 원천인 것입니다. 그래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그야말로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수자원의 확보가 더욱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첫 단원인 21세기의 화두는 신문명(New Civilization)입니다. 인류의 새로운 문명은 ‘인간화(Humanization)’와 ‘정보화’,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 속에 ‘생명존중’이라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새로운 가치의 중심에 ‘생명존중’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은 이 생명존중의 열쇠입니다. 우리에게 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생명산업입니다. 농업과 임업, 축산업과 수산업, 식품산업의 기초는 생명이며, 이를 있게 하는 것은 자연이며, 그중에서 으뜸가는 요소가 바로 물입니다. 산과 들이 푸르고 가축과 물고기가 자라는 것도 물이 있어서 가능한 것입니다. 인류는 예로부터 물에서 먹을거리를 비롯하여 삶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얻어 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물 산업’입니다.
물 산업의 범위는 생각보다 아주 넓습니다. 4대강 정비를 비롯하여 수돗물,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댐이나 저수지 등 가뭄이나 홍수에 대비하는 일들이 모두 물과 관련된 사업입니다. 비약적으로 커진 생수(生水) 산업이나 요즈음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해양 심층수 산업도 물 산업에 해당하지요. 수산업 분야는 전통적 물 산업의 원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고기잡이가 아니라 내수면과 바다를 두루 활용하는 양식 산업, 아쿠아컬쳐(Aquaculture)가 대세입니다. 이 분야의 원로이신 부경대 김인배 명예교수는 “‘아쿠아컬쳐’는 농업, ‘애그리컬쳐’에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즉 땅에서 농작물을 길러내는 산업이 농업이듯이 아쿠아컬쳐는 물에서 생물을 길러내는 산업이라는 말이지요. 거기다 엄청난 매장량을 가진 해저자원의 개발이나 해양생태관광, 해양 레포츠 산업까지 포함하면 물 산업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3면을 둘러싼 바다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갯벌을 포함해서 무한한 ‘아쿠아’ 자원의 보고입니다. 1,200~1,500mm의 연평균 강수량에 육지의 내수면도 만만치 않습니다. 즉 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이지만 앞으로는 맑은 물의 확보 공급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어서 물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우리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는 것이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은 명확하게 아직까지 규명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기(氣)가 특별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서 청정 ‘아쿠아’ 자원을 잘 지켜내면서 ‘자연독점’적인 특별한 기를 잘 활용하여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는 ‘블루 오션’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물 산업은 세계로 열린 산업입니다. 이 행성의 바다와 하천, 호수와 지하수 등 모든 수자원과 전 인류의 식탁이 우리에게 열려있는 것입니다. 저는 수자원의 유지 관리와 개발 활용을 포함하여 장차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 물 산업이라고 단언합니다. 물 산업은 친환경 웰빙 산업이고 고부가가치 벤처산업이며 모험심으로 충만한 젊은 우리 후계 세대에게 매력 있는 산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 희망을 키우고 새롭고 올바른 방향을 정립해서 사람과 돈을 이 분야에 끌어들인다면 미래는 우리에게 활짝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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