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교보문고에 설치된 김대중 대통령 노벨상 기념 초상화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공작을 벌이면서 용역을 맡긴 보수단체 간부에게 수상 취소 청원서를 보낼 스웨덴 노벨위원회 주소까지 소상히 일러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시 국정원이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취소 공작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실행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1일 검찰과 국정원 등에 따르면 2010년 3월 국정원과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공작을 공모했던 보수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의 간부 A씨는 '취소청원서를 노벨위원회에 발송해야 하는데 주소를 모르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심리전단 직원에게 보냈다.

이후 A씨의 문의를 받은 국정원 직원은 스웨덴 노벨위원회 주소를 손수 확인한 뒤 A씨에게 전달했고, 이를 받은 A씨는 게이르 룬데스타트 노벨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취소되어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영문 서한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최근 국정원의 주문을 받고 서한을 보냈다고 검찰에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이런 노벨상 취소 공작 계획이 원세훈 전 원장에게까지 보고된 사실이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내부조사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번역·발송비 250만원과 책자 구입비 50만원 등 총 300만원 역시 국정원 예산에서 집행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는 청원서를 보내기 위해 보수단체의 이름만 빌렸을 뿐만 아니라 서한 발송에 들어가는 비용과 발송 방법 등을 국정원이 모두 손수 챙겼던 셈이다. 국정원 TF는 당시 심리전단이 노벨평화상뿐만 아니라 국제적 인권상인 '라프토상' 취소 청원 공작에도 나섰던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최근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취소 청원 관련 조사결과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추모 열기가 형성되자 당시 국정원이 이를 국정 운영에 부담된다고 판단하고 고인을 깎아내리는 심리전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며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