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4회 대종상영화제 공식 포스터. 포스터 하단의 'reboot'라는 단어가 유독 눈길을 끈다. 사진=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지난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제54회 대종상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영화제 안팎에서는 안도와 아쉬움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종상이 무너져 내린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런 상황에 대종상영화제를 다시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뼈를 깎는 고통으로 53년 대종상의 역사를 버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대종상 영화제를 처음부터 다시 써 나가려 한다"

이번 영화제부터 조직위원장으로 영화제를 이끈 김구회 위원장의 말이다. 그가 지난 7월 파행이 거듭 된 영화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원리‧원칙‧상식에 입각한 영화제로 리부트(reboot)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밝힌 말이다.

이번 영화제가 끝나고 김 위원장은 “최우선 목표는 영화제의 위상 재정립과 이미지 쇄신이었다”면서 “무엇보다도 공정한 심사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예심과 본심 심사위원 선정에서부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심사과정도 공개됐다. 심사위원 구성과 주요 부문에 대한 치열했던 심사과정을 알 수 있어 흥미를 끈다.

심사는 문화예술계, 학계의 추천 인사들과 영화인총연합회 소속 단체 대표 등 총 32명의 예비심사위원회가 후보자, 작품을 추천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9명의 본심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명의 본심 심사위원은 김홍준(심사위원장, 영화감독, 영상원 교수), 강성률(영화평론가, 광운대교수), 강유정(영화평론가, 강남대교수), 김형준(한맥문화 대표), 달시 파켓(영화평론가, 부산영화아카데미 교수), 오동진(영화평론가, 마리끌레르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성일(영화감독, 영화평론가) 정수완(영화평론가, 동국대교수), 윤성은(영화평론가)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로 구성됐다.


▲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택시운전사'의 배우 송강호. 사진은 지난 7월 10일 열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가 질문대 답하고 있는 모습.


이번에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택시운전사>는 2차 토론까지 가는 치열함 속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차 토론에서 9명의 심사위원 중 5명 이상의 과반을 확보한 작품이 없었기 때문. 결국 5명(김홍준, 강성률, 김형준, 달시 파켓, 오동진)의 심사위원들이 <택시운전사>에 손을 들어줬다.

이밖에도 신인남우상에 <청년경찰>의 박서준, 시나리오상에 <더킹>의 한재림 감독이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여전히 남아있다. 수상자들 중에 아직도 대리 수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우주연상의 경우 후보자 중 유일하게 참석한 <박열>의 최희서가 수상했다. 2015년 파행의 발단이 됐던 대리수상 논란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종상영화제가 파행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기쁜 일이다. 다음 영화제는 더욱 더 완벽한 영화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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