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경험이 있는 기아 선수들이 2‧3차전 승리 주역

▲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면서 나지완이 포효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이끈 나지완이 다시 한 번 홈런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28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17년 한국시리즈 3차전 4-3 1점차로 기아가 아슬아슬한 리드를 하고 있었던 9회 초 선발에서 제외돼 더그아웃에 대기하고 있던 나지완이 대타로 들어섰다.


투수는 두산의 최고 마무리 김강률이었다. 나지완은 김강률의 2구째 149km 빠른공을 그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을 날렸다. 공교롭게도 2009년 끝내기 홈런과 거의 같은 코스로 공이 날아갔다.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포였다.


이 때 3루에 있었던 이는 2009년 당시 7회 5-3에서 5-4로 추격하는 1점 홈런으로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던 안치홍 선수.


안치홍은 9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1, 2루 간으로 빠지는 안타를 쳐 무사 1루 기회를 만들었다. 8회 말 수비에서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났던 터라 분위기 반전이 반드시 필요했던 9회 초에 선두타자로 나와 기회를 만들어 준 것.


2009년의 7차전의 기억


▲ 4회초 2차점 적시타를 친 직후 타구 방향을 확인하고 있는 안치홍.


2009년 상대는 SK 와이번스였다. 기아는 SK에 7회까지 5-1로 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불씨를 살린 것은 6회 말 나지완의 2점 홈런이었다. 7회 선두타자로 나온 안치홍이 솔로 홈런으로 추격의 발판을 만들고 1사 1, 2루 찬스에서 김원섭이 2루타로 극적인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운명의 9회말. 주자 없이 1아웃 상황에 들어선 나지완은 상대 투수 채병용에게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다.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은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마해영 선수가 기록했던 끝내기 홈런 이후 7년 만에 나온 것이고 통산 2번째 기록이다.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와 없는 선수의 명암


▲ 3회 초 무사에서 김선빈이 안타를 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2, 3차전 승리의 중심에는 모두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있었다. 2차전 완봉승을 이끌어냈던 양현종도 나지완, 안치홍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가지고 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라는 말처럼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이번에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반면에 우승반지가 없는 두 베테랑 이범호와 김주찬은 3차전까지 각각 9타수 무안타, 9타수 1안타 부진에 빠져있다.

3차전 명장면


2017 한국시리즈 3차전도 지난 1, 2차전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대단한 경기였다. 이날 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8회 말 두산 공격이었다.


7회까지 호투하던 선발투수 팻딘이 8회 올라오자마자 안타와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 2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바로 전 8회 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버나디나가 기습번트 안타로 무사 1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최형우의 삼진, 이범호의 땅볼 그리고 출루했던 버나디나의 주루사로 찬수가 무산된 직후 바로 이어진 위기였다.


이제 두산의 타순은 3번 타자 박건우다. 여기서 김기태 감독은 우완 투수 임창용을 내보낸다. 박건우가 우타자이기 때문에 한 선택이었다. 임창용은 박건우를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 1아웃을 잡는다. 다음 타자는 김재환과 오재일로 이어지는 좌타자 라인이다.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 임창용을 단 한 타자만 상대하게 하고 마운드에서 내리는 결단을 보여준다. 바로 왼손 투수 심동섭을 마운드에 올린다.


심동섭은 김재환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결국 1점을 허용하지만 오재일을 포수 뒤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 기아의 마무리 김세현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다음 타자는 우타자 양의지. 김기태 감독은 이번에는 우완 마무리 투수 김세현을 마운드에 올리고 결국 양의지를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 1점차 리드를 지켜낸다. 한 이닝에 3명의 투수를 올리는 초강수를 두면서 위기를 모면한 장면이었다.


야구에는 여러 가지 속설도 있고 징크스도 있다. 위기 다음에 찬스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무사히 잘 넘기며 바로 찬스가 따라온다. 그리고 경기 때마다 적어도 한 번 쯤을 찬스와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이 기회를 잘 잡는 팀이 강팀임은 속설이 아니라 진리다.


4차전 선발투수는 두산 유희관, 기아 임기영이다. 유희관은 한국시리즈 2번의 경험이 있는 관록의 투수고 임기영은 이번이 한국시리즈 데뷔 무대다.


아무래도 타격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타자들은 그동안 기아 투수들의 호투에 밀려 잠시 주춤한 상황이라면 기아는 일부 선수들은 타격감을 찾았지만 베테랑 김주찬, 이범호, 최형우 중심타선이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4차전의 향방은 기아 이 중심 타자들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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