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심 필요" 文 대통령 요청에 트럼프 "OK".. 항모 3척 전개 앞 中 입장 변화

▲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강경화 외교장관은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조만간 한중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완화 소식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양국이 긴밀히 협의했다며 11월 중 한중정상회담 성사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 장관은 이 날 "새 정부 출범 후 7월 (한중)정상회담을 비롯해 각 수준에서 자주 소통하고 당면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조만간 관련 소식을 발표할 수 있지 않나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나 각료가 사드에 대해 중국에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희가 사과할 일은 없다"며 '사드 배치 철회'가 한중 관계 정상화 조건은 아님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도 같은 날 관계 복원을 언급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군의 한국 사드 배치를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면서도 "유관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한중관계를 조속히 안정되고도 건강한 발전궤도로 되돌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적절한 처리'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표명한 '결연한 반대' 등과 비교할 때 매우 완화된 표현이다.


한중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야당의 '강경화 패싱' '코리아 패싱' 주장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달 8~10일 방중(訪中) 일정을 앞두고 나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회유카드 병행으로 중국의 대한(對韓)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를 설명하면서 "미국이 (해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은 이후 사상 유례가 없는 강력한 군사적 압박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달 들어 이례적으로 미 해군 항공모함 3척이 한꺼번에 한반도 인접 수역에 진입했다.


25일 일본 NHK 보도에 의하면 미 해군 7함대 사령부는 중동에서 작전 중이던 항모 니미츠와 5척의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제11항공모함 전단이 서태평양 제7함대 관할해역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7함대 사령부는 앞서 시어도어 루즈벨트, 로널드 레이건 등 두 척의 항모가 서태평양과 부산항에 각각 진입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항모는 총 11척이다. 매 항모가 수 척의 구축함, 핵잠수함, 보급함 등을 거느리는 한편 70~80대의 함재기를 싣고 있어 웬만한 1개 중소국가 공군력을 뛰어넘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미 행정부는 항모를 전세계 곳곳에 분산배치하고 있다. 3척 이상이 동일지역에 동시에 배치되는 사례는 2003년 이라크전쟁(6척 배치) 등 전시(戰時)가 아닌 이상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한반도 인근 항모 3척 전개는 명목상으로는 대북(對北)견제이지만 공격방향만 바꾸면 얼마든지 중국까지 겨냥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항모 1척의 역량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3척 배치는 사실상 중국을 대상으로 한 위협인 셈이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을 경고하기라도 하듯 23일부터 5일 간 주한(駐韓) 미국인 대피훈련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했다.


중국이 미국의 군사카드 앞에 굴복한 건 이전에도 수 차례 있었다. 96년 대만의 독립 움직임 앞에 중국이 군사력 투사를 경고하자 미 행정부는 대만과 필리핀 사이 공해상으로 항모 니미츠, 인디펜던스를 파견했다. 결국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위협 철회를 발표했다.


이러한 사정은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항모 11척에 더해 제럴드 포드급까지 건조 중인 미 해군과 달리 중국 해군은 연습함 수준인 랴오닝(遼寧)호 1척을 보유하고 있을 따름이다. 중국과 군사협력 관계인 러시아도 경제난으로 그마나 가진 1척을 항구에 정박만 시켜두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중 정상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시리아 폭격 소식을 전해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초간' 침묵한 적도 있다. 때문에 현대 중국을 건설한 덩샤오핑(鄧小平)은 "향후 50~100년간 미국에 맞서지 말라"며 도광양회(韜光養晦)를 후대에 유훈으로 남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같은 군사적 압박카드 외에 회유카드도 중국에게 꺼내들었다. 30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의하면 내달 트럼프 대통령 방중길에는 40여 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동행한다. 이들은 중국 측과 수조원 규모의 계약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중에는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 시노펙(Sinopec. 중국석유화공그룹)의 미 내륙 송유관(1127km 규모) 건설 프로젝트도 포함된다. 미국 제재로 허덕이던 중국으로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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