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말부터 9회 말까지 최고조 긴장감 선사…양현종 마무리는 신의 한 수!

▲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고 양현종과 동료들이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구원투수 김윤동이 8회말 두산 공격을 탈삼짐 2개를 섞어내며 깔끔하게 틀어막고 난 후 기아불펜에서 양현종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웅성웅성 양현종의 등판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9회초 기아 공격이 득점 없이 끝나고 양현종이 모든 추측을 정리하면서 불펜 문을 열고 그라운드에 올라섰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은 3회초 이범호 선수가 만루 홈런을 칠 때까지만 해도 기아 관중석에서는 너무 싱겁게 우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여유 있는 기대감이 팽배했었다.


7회에도 기아가 2득점을 올리며 7점까지 냈을 때는 거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7회말 수비에서 의외로 투구 수가 거의 100개에 가까웠던 선발투수 헥터가 다시 올라왔다.


연속 2안타를 맞으며 무사 1, 2루 상황에서 이대진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일부 팬들은 투수교체를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다독이는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대진 코치가 내려왔다.


이쯤 됐을 때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 지난 9월 3일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기아는 8회까지 7대 1로 앞서있었다. 하지만 9회말 7점을 한꺼번에 허용하면 역전패 하고 말았다.


결국 헥터를 내리고 심동섭과 김세현을 투입했지만 7회말에 두산에게 대거 6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두산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기아는 가까스로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두산의 공격이 2번이나 더 남아있었다.


롤러코스터가 정점에 올라있는 듯 긴장감이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두산 팬들은 7회의 화끈한 추격전에 흥분이 극에 달했고 기아 팬들은 다시 또 역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실 기아는 오늘 경기를 내줘도 여전히 시리즈 성적에서 앞선다. 문제는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라는 것. 아무리 광주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고 해도 두산이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시리즈 역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은 내일은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내일을 대비했다면 양현종을 낼 수 없는 일.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선두타자로 나온 김재환을 볼넷으로 진루시키고 후속 타자 오재일을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낸다. 하지만 대타 조수행이 기습적인 3루 번트 타구를 날렸다. 대수비로 나왔던 김주형이 1루 송구 실책을 저지르며 단숨에 1사 2, 3루로 상황이 급반전 된다.


타격감이 좋은 허경민을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만루를 만들었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1점차 아슬아슬한 승부.


다행히 양현종은 대타로 나온 두 타자를 내야수 플라이와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극적인 승리를 엮어낸다.


7회말부터 9회말까지 팽팽하게 응축됐던 긴장이 탁 하고 풀리는 순간이었다.


일부러 이런 경기를 하려고 해도 도저히 연출할 수 없는 경기였다. 두산의 저력과 기아의 집중력이 만들어 낸 멋진 드라마였다.


2009년 이후 8년 만에 기아 타이거즈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석권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아무리 불펜진이 허약하다고 해도 기아 타이거즈는 정규리그 1위에 오른 후 시즌 끝날 때까지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2017년 최고의 강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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