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투지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 우승으로 연결

▲ KIA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모니에서 김기태 감독을 행가레 쳐주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이한빛 기자]2017 한국시리즈가 KIA 타이거즈의 V11로 막을 내렸다. 2009년 이후 8년 만인 이번 우승으로 KIA는 11번 진출 11번 우승이라는 한국시리즈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겉만 보면 4승 1패로 시리즈가 싱겁게 끝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승부의 연속이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기록한 팀이자 후반기 승률이 8할에 달하는 두산 베어스가 만만치 않은 상대였음은 물론 플레이오프에서 매서운 화력을 보여줬던 만큼 5경기 모두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KIA는 긴 휴식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됐다. 장점이라면 시즌 내내 발목을 잡던 불펜진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핵심 불펜진인 김윤동과 임창용, 김세현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모습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선발 역시 휴식으로 인해 득을 봤다. 1선발이었던 헥터가 1차전과 5차전에서 각각 5실점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양현종을 비롯해 펫딘, 임기영은 팀의 승리를 이끄는 호투를 했다. 더불어 5경기에 등판한 선발 모두 5이닝 이상 던지며 투수진의 과부하를 막았다.


타선은 약간 헤매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중심타선은 최형우가 2할3푼을 기록하고 나지완과 이범호 모두 1할 타율에 그치는 등 어려운 경기 운영을 초래했다.


하지만 리그 타격왕 김선빈(.357)과 리드오프 이명기(.364)는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공격의 첨병이 됐고 로저 버나디나는 외국인 타자 중 한국시리즈 최고 타율인 5할2푼6리로 맹활약했다.


경기가 계속되면서 필요할 때 터져주는 타선의 집중력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3차전 9회 4-3으로 쫓기던 상황에서 나지완은 2점 쐐기포로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고, 5차전 3회초에도 선취득점 이후 만들어진 만루 상황에서 이범호가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한방의 저력을 증명했다.


▲ 양현종은 2차전 선발에 이은 5차전 마무리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이러한 활약의 중심에는 한국시리즈 MVP 양현종이 있었다. 1차전 패배로 인한 부담을 안고 나선 2차전에서 9이닝 122구 완봉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냄과 동시에 하나로 뭉치게 했다. 3차전과 4차전에서 호투를 보여준 펫딘과 임기영 모두 양현종의 활약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기태 감독의 ‘동행야구’도 빛을 발했다. 시즌 중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전력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던 김 감독은 타선의 부진 속에서도 우직하게 선수들을 기다렸고 그 결실을 맺었다. 다만 불펜 기용에서는 심동섭과 마무리 김세현을 3경기 연속 등판시켜 논란이 됐다. 두 선수는 5차전에서 연투로 인한 구위 저하로 난조를 보였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타선의 맹활약이 독이 됐다. 중심타선인 김재환과 오재일은 3할 이상의 높은 타율을 보여줬지만 1차전을 제외하면 결정적 상황에서 안타나 홈런을 보여주지 못했다. 5차전 후반 살아난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9회초 1사 만루 기회를 놓치며 준우승에 그쳤다.


김태형 감독의 운영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믿음의 야구’라는 명목으로 부상으로 인해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김재호와 양의지를 무리하게 기용했다. 두 선수는 시리즈 내내 아쉬운 수비와 무기력한 활약으로 경기의 맥을 끊었다.


▲ 두산은 부상 중인 양의지와 김재호를 기용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위안이었다면 선발진의 반등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판타스틱 4’ 니퍼트와 장원준, 유희관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분전했다. 함덕주와 김강률로 이어지는 특급 마무리 역시 KIA 타선을 상대로 호투했다.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2017 프로야구는 모두 마무리됐다. KIA 타이거즈는 리빌딩과 함께 과감한 투자로 우승이라는 성과를 남겼지만 타선의 노쇠화와 불펜진의 불안함이라는 한계도 떠안게 됐다.


우승과 함께 재계약에 성공한 김기태 감독은 우승전력 유지와 더불어 한계점 보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과연 2018년 김기태 감독의 ‘동행야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V12를 이룰 수 있을까?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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