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 전수조사·지주회사 실태조사 엄포…급진 개혁은 NO!

▲ 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그룹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현회 LG 사장,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김상조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소유의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5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경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김 위원장과 대기업 경영인들의 만남은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직후 대기업과 만날 의사가 있음을 밝혔고 얼마 지나지 않은 6월 23일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경영인들과의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기업 개혁 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일방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하고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업인들의 자발적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2차 간담회는 지난 간담회 때와는 달리 대체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김 위원장의 엄포가 나온 배경에는 지난 1차 간담회에서 “자발적 변화 의지를 보여달라”는 요구에 기업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민께 약속한 공약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국정과제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는 결별하고 잘하는 부분은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공익 재단은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총수 후계자의 경영권 승계 등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문재인 정부의 본격적인 대기업 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공익재단 전수조사 이외에도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실태조사에도 나설 전망이다. 이는 지주회사가 배당금 위주의 수익이 아니라 로열티, 건물 임대료 등의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해 총수일가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공정위에 신설된 대기업 전담조직인 기업집단국의 역할에 대해 “대기업 조사와 제재만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며 기업관련 정보의 축적과 조사·제재 과정의 결과로서 우리나라의 기업정책에 대한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집행한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정치적 정서적 요구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시장질서와 효율적 기업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5대 그룹 전문 경영인들에게 △공정위의 로비스트 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것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스스로 갖추고 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기관 투자자들과 대화에 적극 나설 것 △하도급거래 공정화를 위해 구매부서 임직원들의 성과지표를 상생협력에 맞출 것 △노사정 관계에서 5대 그룹이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기업에게 변화의 시간을 주고 일관되게 그리고 예측 가능하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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