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용 교수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계란”파동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국내 산란계산업에도 커다란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축산물소비자들에게도 계란소비가외면당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사실 작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I(조류독감)로 인해 AI에 감염된 산란계농장은 모든 산란계를매몰처분하였고, 재입식조건들이 까다로워 재입식도 여의치 않아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AI에 감염되지 않은 산란계농장들은 국내산 계란공급이 부족하여 국내산 계란값이 폭등하는 부작용을 낳아 계란 한 판에 1만원까지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폭등하는 계란값을 낮추기 위해 미국, 태국 등 해외에서 생계란을 수입하는 웃지 못할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올해 여름부터 “살충제계란”이 문제가 되면서 국내 계란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계란 한 판값이 4천원 이하로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중요성은 박근혜정부에서도 국정과제의 최우선에 위치하여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었던 축산식품관리나 식품생산관련 업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대폭 이양이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농업생산업무를 전혀 다루어보지 않던 식약처에서 생산관련 관리를 자력으로는 담당하지 못하게 되자 농림축산식품부에위탁관리하는 형태로 타협되어 기형적인 식품안전성 관리가 시작되었다.

이제 문재인정부에 들어서면서 국민들의 식생활과 직결되는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므로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잘 살펴보고 분석하여, 우리나라 농업이나 축산업의 발전을 위한 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믿고 소비할 수 있는 국내 농,축산물의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싸면서 좋은 것”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은 저렴하면서 높은 품질의 국내산 농, 축산물을 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 국내산 농,축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도 고품질의 국내산 농,축산물을 원한다면 제대로 값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의식있는 소비자들로 변화되어야 수입산에 비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 축산물이 품질면에서 월등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한우를 언급할 때면 “한국인의 자존심”이란 광고를 앞세우며 외국산 쇠고기에 비하여 맛과 품질의 우수성을 설명하곤 하였다. 그러나 한우의 가격이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의 쇠고기와 비교하여 약 20배나 높은 가격이란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국내산 한우를 신토불이(身土不二)나 국민정서에 호소하는 전략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졌다. 이미 국내산 한우의 자급율이 32%까지 하락한 상황을 생각한다면, 국내 한우업계는 현실의 엄중함을 깊이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우를 사육하는 생산자들의 변화된 자세가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국내 많은 한우비육농가들은 여전히 귀찮은 송아지생산은 남에게 전가시키고, 두당 300만원 이상의 송아지를 구입하여 30개월내외의 기간동안 단순히 비육하여 판매하는 형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과 5년전까지만 하여도, 국내에서 송아지를 생산하는 업무는 농가에서 한우를 1~2마리 사육하는 농가에서 담당하였고, 생산된 송아지는 우시장을 통해 비육전문농가들에게 판매된 후 비육되어 쇠고기가 생산되는 형태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소규모 한우농가들이 고령화나 산업화, 경쟁력저하 등의 이유로 송아지생산을 중단하면서 국내 송아지가격이 폭등하여 쇠고기의 소비자가격도 상승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한우비육농가는 이에 편승하여 비육농가들은 송아지생산 등의 한우산업의 기본을 충실히 하기보다는 농장규모만 확대하면서 이익추구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미국 및 호주산 수입쇠고기들의 국내시장 잠식은 계속되고 있는데, 당장의 수익보장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한우산업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이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곤 하였다.

결국 2016년 9월 28일부터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한우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국내 한우사육농가는 1985년에 100만호가 넘어섰던 것이 이제는 8만호 수준으로 축소되었지만, 사육농가들의 규모화에 힘입어 국내 한우사육두수는 1985년 255만두에서 270만두로 증가하였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한우산업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궁극적인 해답은 지금보다 한우쇠고기의 가격이 40~50%정도 하락하여 국내 축산물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생산농가에서는 송아지구입비의 절감과 전체 생산비의 50%정도를 차지하는 사료비의 절감이 함께 최우선과제가 될 것이다. 두당 300만원이 넘는 송아지구입비의 절감을 위해서는 대규모사육농가를 중심으로 송아지의 자체생산을 하거나, 전국의 지역조합을 중심으로 송아지의 계약생산체계가 확립되어야 하는데, 국내한우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별로 없으므로 대규모 한우사육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송아지를 직접 생산하는 체계를 하루 속히 갖추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거래되고 있는 송아지가격이 최대 200만원까지 절감이 가능하므로 100만원대의 송아지가격이 정착될 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는사료비의 절감인데,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TMR사료를 농가에서 자가배합을 하는 것과농후사료와 섬유질사료를 따로 급여하여 외부에서 구입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사료비의 절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통구조의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선진국과 같이 생산자-도축장-소매장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유통비용을 줄여서, 한우의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양돈산업은 2016년부터 농산업품목중쌀산업을 제치고, 매출액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양돈선진국인 EU에 비해서 생산성은 40%가 낮고, 생산비는 50%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내산 돼지고기를 소비자들이 선호하여돈육가격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로 국내산 돈육의 자급률이 70%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양돈산업도 한우산업처럼 외국과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지만, 여전히 외국에 비해 국산돈육이 2~3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국내 한돈산업이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존재하려면 현재의 생산비에서 약 30%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한돈산업에서 총 생산비의 60%를 차지하는 사료비의 절감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양돈농가에서 사료를 구입할 때 현금이 아닌 외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국내에서는 약 40%가 된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같은양돈장들은사료비의 비용증가로 두당 생산비가 높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향후 국내 다른 양돈농가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없을 것이다.

사료비 이외에도 양돈선진국인 EU와 생산비가 저렴한 남미나 북미의 나라들과 비교하였을 때, 양돈장에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들이 여전히 많다. 예를 들면, 모돈을 임신시키기 위한 인공수정(AI) 횟수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평균 3회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EU에서는 인공수정의 시기를 정확히 판단하여 대부분의 양돈장에서 인공수정횟수는 1회만 시도하고 있다. 양돈농가별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들은 이미 많이 알고는 있지만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사실 국내 양돈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사항은 국내실정에 맞는 종돈의 개량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도 외국에서 약 3,000마리 이상의 종돈을 수입하였는데, 이처럼 많은 수의 종돈을 여러 나라에서 수입하면 아무리 방역을 하여도 기존에 알지 못하는 질병까지도 외국의 여러나라에서 수입하는 꼴이 된다. 정부차원에서도 GSP (golden seed project)를 국가연구사업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종돈의 개발은 연구사업이 아니라, 현장에서 종돈을 개량하고 선발하는 현장밀착형 업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아도 각국의 종돈사업은 특정 회사를 중심으로 개량이 진행될 때 효율적으로 완성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돈산업규모를 갖고 있는 네덜란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국에서 개량된 종돈을 해외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하루 속히 네덜란드나 덴마크처럼 종돈을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기가 된다면, 국내 양돈산업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높아져 대외경쟁력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EU나 미국처럼 우리나라 종돈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종돈수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11월에 국내에서 발생한 FMD(구제역)으로 국내에서는 16만두 이상의 소, 300만두 이상의 돼지가 매몰처분되는 참혹한 일을 겪었었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가축질병방역을 위해 SOP를 만들고, 허가제의 기본요건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농장의 울타리, 외부출하대, 출입자들의 샤워시설을 갖추는 것을 허가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확립하였지만, 과연 전국에서 허가제의 세가지 요건으로 제시된 사항들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농가들은 얼마나 될까 ? 역사는 반복되는 특성을 갖는다는데, 지금도 이전의 아픔을 망각하고 기본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2010~2011년에 있었던 가축질병의 발생으로 야기된 국가재난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물론 축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가축질병방역을 위한 준수사항들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대 식물동물생명공학부 교수>

필자 약력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양돈영양학박사
△(주)팜스코, 도드람양돈농협 사외이사역임
△현) 부경양돈농협, (주)대한사료, (주)동원팜스 기술자문
△현) 양돈수급조절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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