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통합·연대 의혹' 두고 親安·非安 충돌.. 정치권 셈법 복잡

▲ 21일 의총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박지원 전 대표, 정동영 의원, 김동철 원내대표.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21일 오후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친안(親安)계와 비안(非安)계가 격돌했다.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 후 자유한국당을 축소시켜 제2당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은 "40석으로 어떻게 2당이 되나"라고 '한국당 통합·연대' 의혹을 제기했다.


안 대표는 전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이후 한국당을 축소시켜 제2당으로 올라설 수 있다"며 설득에 나섰다. 이날 의총에서도 직접 적은 메모를 들고 와 당장은 통합 추진이 어렵다면서도 "궁극적으로 바른정당과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안계는 강력반발했다. 비안계 모임 격인 '평화개혁연대(가칭)'를 준비 중인 정동영 의원은 "안 대표가 한국당을 쪼그라트려 2당으로 올라설 기회라고 했는데 40석으로 어떻게 2당이 되나. 바른정당 다음 수순은 뭐냐. 정직하게 얘기해달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11석)이 온전히 합당한다 해도 51석에 불과하다. 현재 원내2당인 자유한국당(116석)에 크게 못미친다. 더구나 통합을 찬성하는 친안계 의원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김동철 원내대표, 김관영 사무총장을 포함해 13명인 것으로 알려져 통합한다 해도 24석에 그친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안 대표의 '2당 도약' 발언을 두고 한국당 내 일부 계파와의 통합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 안 대표가 아예 한국당으로의 '흡수' 또는 연대를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친안계와 바른정당이 통합하고 다시 한국당과 통합 또는 연대한다면 사실상 140석이 된다. 국민의당 통합 반대·유보파(27석)와 더불어민주당(121석)의 통합 또는 연대(148석)에 이어 '2당'이 된다. 27명 중 지난달 말 기준 19명인 것으로 파악된 당내 유보층을 친안계가 흡수할 수 있다면 159석으로 원내1당으로의 도약, 국회 과반의석 차지도 노릴 수 있다.


원내교섭단체 지위 상실로 '죽음의 계곡'에 들어선 바른정당은 일단은 통합에 긍정적이다. 유승민 대표는 21일 "국민의당이 진통을 잘 극복해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길을 찾으면 좋겠다. 나도 지켜보고 있다"며 "새롭게 길을 찾는 길에 우리 당과 공통점이 많으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내에서도 정병국 의원 등 다수가 '원내교섭단체 지위 상실' '박근혜 출당'을 이유로 한국당과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어 유 대표도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분당 수순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내 중론이다.


10월12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여지를 열어 둔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바른정당 통합시도를 두고 "저능아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절교 의지를 나타냈다. 반면 '문준용 조작제보' 사건에 더해 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서 언제든 '적폐청산' 대상이 될 수 있는 안 대표는 민주당 통합을 적극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안계는 '전당원 투표'를 통해 비안계 기세를 꺾고 최대한 세력을 불려 통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친안계인 김철근 대변인은 "결국 당원이 당의 주인이기에 최종적으로 당원들 의견을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또는 연대세력 내에서 제대로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서도 친안계로서는 세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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