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능력 없으면 추심 중단, 3년 내 채권 소각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브리핑을 실시했다. (왼쪽부터)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최종구 위원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투데이코리아=정현민 기자] 정부가 채권추심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장기소액연체자 약 159만명에 대한 채무정리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원금 1000만원 이하 생계형 채무를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는 약 159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진 채무는 총 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행복기금 내 장기소액연체자는 83만명에 달한다. 아직 약정을 맺지 않고 연체 중인 사람은 40만3000명, 이미 약정을 맺고 상환 중인 사람은 42만7000명이다. 이밖에 민간 금융회사, 대부업체, 금융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자는 76만명으로 조사됐다.


국민행복기금 내 미약정 장기소액연체자의 60.8%는 제2금융권 채무자로 나타났다. 평균 채무액은 약 450만원, 연체기간은 약 14.7년이다. 이들은 중위소득 40% 이하의 저소득자,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였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내·외 장기소액연체자 159만명 중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판단되면 즉시 추심을 중단하고 유예기간 후 채권을 소각하기로 했다.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 60%(1인 가구 월소득 99만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된다. 국민행복기금 내 장기소액연체자 83만명에 대해선 상환의지 등 채무자 특성을 감안해 차등적으로 채무를 감면키로 했다.


미약정자는 채무자 본인 신청 없이 재산·소득 조회를 통해 심사 후 상환능력이 없으면 추심을 멈추고 최대 3년 이내 채권을 소각한다. 미약정자의 평균 잔여시효는 약 3.3년이다. 약정자의 경우 본인 신청 시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채무를 면제해 준다. 국민행복기금 외에 장기소액연체자 76만명에 대해서는 본인 신청 시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채무를 신속하게 정리한다.


이에 정부는 내년 2월 장기소액연체채권 매입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신규 기구는 매입채권 소각을 위한 한시적 기구로서 시민단체 기부금과 금융권 출연금 등으로 운영된다. 채무정리 신청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융회사와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에 접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장기연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대부업체 규율도 강화한다. 금융회사가 매각한 개인 부실채권은 주로 대부업자(42%)로 집중돼 있다. 부실채권 재매각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영세 대부업자의 과도한 추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매입자인 매입채권추심업자의 자기자본을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해 영세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자금조달을 제한해 반복적인 채권 매입과 과잉 추심도 방지한다.


취약계층에 대해 소멸시효 연장을 제한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매각과 추심은 금지한다. 이 규제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법제화를 추진한다. 면밀한 재산·소득 심사를 거쳐 자력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하되, 재산·소득을 은닉하고 지원받을 시 채무감면 부분을 취소하고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신용거래상 불이익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채무자 중 성실 상환자에 대해서는 상환기간에 따라 소액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지원을 확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금융위 정책관은 "회수금이 서민금융 재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장기소액연체자 외 채무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채무 정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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