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 대두.. '지지' '중립' 어느 쪽이든 오일쇼크 타격 불가피

▲ 예루살렘 테러현장을 경계 중인 이스라엘군.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지옥문'이 열렸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로 수천년 간 분쟁지역이 되어 왔던 예루살렘이 미국에 의해 현지시간으로 6일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선언됐다. 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오일쇼크(Oil Shock) 등 한국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견에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며 "오늘의 발표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한 새 해법의 시작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이스라엘의 실질적 수도인 텔아비브에 소재한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지시했다.


미 여야는 이번 선언에 지지입장을 나타냈다. AFP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당)은 성명에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영원하고 완전한 수도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벤 카딘 상원 외교위 간사(민주당)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이며 미 대사관 위치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스라엘도 환영입장을 표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선언 직후 온라인 영상에서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 개소를 준비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 있고 정당한 결정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강력반발했다. 온건파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사에브 에카라트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합의는 물론 다수 유엔결의안에 완전대치된다"고 지적했다.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에서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경고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도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범이슬람권 협의체인 이슬람협력기구(OIC)도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참여하는 가운데 조만간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선언 직후 군사력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한 바 있다.


□ 예루살렘은 어떤 곳?


예루살렘은 도시 자체로만 보면 별다른 특징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의 성지라는 점에서 오랜 기간 전쟁터가 되어 왔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에게 있어서 예수의 고통과 승리의 현장이다. 이슬람교에게는 선지자 무함마드(Muhammad)의 신비한 야간여행의 목적지로, 유대교에게는 가장 거룩한 기억의 보고이자 종교적 경외심의 원천으로 여겨지고 있다. 각 종교권 국가 지도자들로서는 예루살렘을 차지해야만 집권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11~14세기 사이에는 기독교, 이슬람교 사이에 지속된 십자군전쟁 등이 발발했다. 그러나 나라 없는 민족으로 수천년 간 세계 곳곳을 떠돌던 유대인들은 성지 예루살렘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때문에 이스라엘 건국 직후부터 예루살렘을 네게브 사막 등과 함께 제1의 전략거점으로 노려왔다. 67년 3차 중동전쟁 때 예루살렘은 이들에 의해 완전히 점령됐다.


이같은 상황전개를 애초부터 예상한 중동 국가들은 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1차 중동전쟁을 일으켰다. 이를 시작으로 73년까지 4차례에 걸쳐 크고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대부분 이스라엘의 완승으로 끝난 탓에 이후로는 무기한 휴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이 이스라엘 도심에 대한 테러, 로켓탄공격을 가하고 일부 중동국가들이 이를 지원하면서 오늘날까지도 예루살렘을 둘러싼 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으로 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 국가들로서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건 곧 그들의 종교적·정치적 자살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이 실질적 핵보유국이라는 점에서 핵전쟁에 대한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 '오일쇼크' 악몽 재현되나


이같은 중동 정세변화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3년 4차 중동전쟁 당시의 1차 오일쇼크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자 현지 산유국들은 '석유의 무기화'를 선언하면서 친(親)이스라엘 국가들에 대한 석유수출 금지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불과 1~2달 사이에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급등했다. 유가급등에 따라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던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는 수립하면서도 적극적인 지지는 기피해 78~92년 사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일시 철수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공식방문한 사례는 없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국가다.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이란은 북한과 긴밀한 커넥션을 맺고 있다. 다수의 북한산 무기와 핵·미사일 기술이 이란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 와중에 노획한 이 무기들을 한국에 수송기로 이송해 우리나라가 북한 군사전력을 파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첩보차원에서는 국가정보원 등이 중동에서 활동하기 위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이스라엘은 중동국가들 중 유일하게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가 아닌 동해(East Sea)로 표기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로서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아랍·이슬람 국가들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이 가운데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로서는 선택의 기로라는 큰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중립을 지킨다 해도 비(非)산유국의 특성상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피해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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