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8일 회의서 각의결정.. 나루히토 왕세자 5월1일 즉위

▲ 생전퇴위 관련 대국민 영상메시지에 임한 아키히토 일왕.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평화헌법(헌법 9조) 개정을 둘러싸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갈등을 겪어온 아키히토(明仁) 일왕 생전퇴위일이 결정됐다.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아키히토 일왕이 2019년 4월30일 퇴위하고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5월1일 즉위하는 방안을 아베 내각이 확정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일왕이 생전퇴위하는 건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일왕 가계를 두고 만세일계(萬世一系)라고 주장하면서 신성시해왔다. 종신제가 적용됐으나 아카히토 일왕은 작년 8월 생전퇴위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와의 보이지 않은 갈등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총리는 8일 생전퇴위일 각의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왕위계승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며 “국민이 모두 축하하는 가운데 천황폐하(일왕) 퇴위와 황태자(왕세자) 전하 즉위가 잘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연호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 연호 변경은 다른 시대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새 연호를) 2019년 5월1일부터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내년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호는 헤이세이(平成)다.


왕위를 계승할 예정인 나루히토 왕세자도 부친과 마찬가지로 개헌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키히토 일왕은 역내 내각과 달리 한반도 식민지배, 태평양전쟁 발발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사죄발언을 해왔다.


백제를 두고서는 “간무(桓武)천황 생모가 백제 무령왕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쓰여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과의 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제(日帝) 시기 제국주의 정당화 구호로 쓰였던 “덴노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 万歳. 천황폐하 만세)”를 아베 총리가 한 행사에서 기습적으로 외치자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같은 성향 배경에는 일제 시기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군부가 일왕을 앞세워 독재를 행하면서 무분별한 침략전쟁을 벌이다 비참한 패망을 불러오고 일왕의 지위격하까지 야기한 점에 대한 반발 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 후 조코(上皇. 상왕) 지위를 얻게 된다. 현재 거주 중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고쿄(皇居. 황거)에서 현재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가 거주하는 미나토(港)구 도구교쇼(東宮御所. 동궁어소)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1933년 12월23일생이다. 올해 만 83세로 부친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사망한 89년 제125대 일왕에 즉위했다. 부친의 집권 중후반기 때와 마찬가지로 실권 없이 ‘국민통합 상징’으로만 군림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일본인이 숭배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한일관계 등에 있어서 우회적이지만 목소리를 내면서 우익성향의 자민당과 대립해왔다.


가족으로는 아들 나루히토 왕세자와 딸 구로다 사야코(黒田清子) 등이 있다. 구로다 사야코는 평민과 결혼하면서 황적에서 이탈했다. 손녀 중 가코(佳子)공주는 뛰어난 외모는 물론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 춤을 따라하는 사진이 공개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키워드

#아키히토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