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참치소비 증가 앞 韓 원양업체 호황.. ‘자원고갈’ 경고 목소리

▲ 올해 1월 일본에서 7억6천만원에 경매된 참다랑어.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지난 1월 일본 도쿄(東京) 츠키지(築地)시장. 일본 최대 수산시장인 이곳에서 생선 한마리가 우리 돈으로 무려 ‘7억6천만원’에 경매됐다. 주인공은 212kg 무게의 아오모리(靑森)산 참다랑어.


낙찰자인 기요시 기무라(木村清) 스시잔마이(すしざんまい) 사장은 “항상 가장 좋은 참치를 고객들에게 대접하려 한다”며 “그래서 새해 첫 경매에서도 가장 좋은 참치를 따냈다”고 거액 투자 사유를 밝혔다.


참치 국제시세는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고 있다. 음식을 날것으로 먹지 않던 중국인들이 1억명 이상에 달하는 중산층~부유층을 중심으로 참치회, 참치초밥을 대량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점유를 노리는 일중(日中) 업체들 간 입찰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일본에서 참다랑어 한마리가 18억원에 경매되기도 했다.


참치는 비단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미주(美洲) 등 서구사회에서도 고급식재료로 인식돼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Wall Street)와 영국 그레이터런던(Greater London) 일식집에서 참다랑어 대뱃살로 만든 회나 장인이 즉석에서 빚어내는 참치초밥을 즐기는 현지인들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수요증가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무분별한 남획도 이뤄지고 있어 향후 수십년 안에 자연산 참치회가 식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학계·시민단체에서 나온다. 한일(韓日) 등 극소수 국가만 기술개발에 성공한 양식산으로만 자원이 한정되기에 가격이 지금보다 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그리고 학계·시민단체의 비난의 화살은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소비국뿐만 아니라 주요 참치생산국 중 하나인 한국에도 쏟아지고 있다.


전세계는 지금 수십조원 규모에 달하는 참치시장 점유를 두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자원보존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참치시장 현황과 우리나라 업체들의 조업 실태, 그리고 국제사회 반응과 향후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 80년대부터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참치세트.


日서 시작된 참치열풍, 경제성장 이룬 韓에도


참치는 농어목 고등어과에 속하는 다랑어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건 단연 체중이 수백kg에 달하는 참다랑어다. 참다랑어는 주기적으로 이동생활을 하는 원양어류로 동아시아에서는 봄·여름에 우리나라 동해를 거쳐 쿠릴열도, 사할린까지 북상한 뒤 가을이 되면 다시 남하한다.


수십~수백 마리가 무리 짓고 이동하며 유영속도가 매우 빨라 평균시속 약 70~90km에 이른다. 다른 어류와 달리 스스로 아가미를 움직이는 근육이 없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쉼 없이 헤엄치면서 수중 산소를 빨아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끊임없이 고속으로 헤엄치기에 잡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게다가 혼마구로(本マグロ)로 불리는 아오모리산의 경우 상품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로 외줄낚시로 잡는다. 때문에 조업량이 턱없이 적어 도매가만 해도 마리당 최소 수천만원이다.


중·저가 참치를 조업하는 태평양·대서양 원양어선은 둘레 수km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로 참치떼를 포위하는 선망어업을 주로 사용하지만 약간의 빈틈만 있어도 참치떼가 빠져나가버리기 때문에 이것도 쉬운 방식은 아니다.


일본에서 본시 고양이도 안 먹는다는 뜻의 ‘네코마다기(猫跨ぎ)’로 불리며 기피되던 참치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는 1940년대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패망으로 끝나고 미 군정(GHQ)과 함께 쇠고기 섭취, 냉동기술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쇠고기와 비슷한 맛을 가진 참치회가 뜨기 시작했다.


참치요리는 일본과 함께 전국민이 회를 즐기던 한국에도 60년대에 본격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마주한 한 수산계 간부가 참다랑어 이름을 묻는 이 대통령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아 “참치”로 얼버무린 게 참치 어원이 됐다는 설(說)은 유명하다.


산업화 이후 80~90년대 경제발전이 절정에 달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1995년 1만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참치는 비로소 회, 캔 등 다양한 형태로 ‘국민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 국내 한 업체 공장에서 가공되고 있는 냉동참치.


歐美·中 참치소비 앞 韓 업체, 시장공략 박차


대서양·지중해 인근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서는 음식을 날것으로 먹는 것을 금기시하던 서구사회에 참치가 고급요리로 등장한 건 80년대다.


당시 일본은 “언제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인가”가 화두일 정도로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었다. 일부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 도요타(豊田) 등 일본산 자동차를 불태우고 망치로 부수면서 “이들이 우리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주장할 정도로 위협적 성장이었다.


자연스럽게 일본 자본이 서구를 잠식하면서 ‘와패니즈(Wapanese)’ 열풍이 불고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 특히 참치가 ‘동양의 미개한 식재료’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월스트리트 등에서는 스시(すし. 초밥)가 대표적 점심메뉴가 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서도 서구 열풍을 따라 참치요리가 중산층 이상의 외식메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중국은 고대 한(漢)나라 때만 해도 회 요리가 문헌에 등장했으나 이후 모종의 이유로 약 2천년 간 날것 섭취를 기피했다. 그러나 한 번 참치요리가 등장하자 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2005년 기준으로 중국 내 참치 소비량은 약 1만톤으로 일본(57만톤), 미국(5만톤), 한국(2만톤)에 이어 세계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소비량은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2013년 일본 수산물전문지 가쓰오마구로(かつおまぐろ)통신 보도에 따르면 당해 생·냉장을 제외한 중국 내 냉동참치 시장 규모만 해도 5년전에 비해 30% 증가했다. 같은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참치 가격이 전년 대비 12%나 올랐다며 “곡물·육류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중국인 식습관 변화가 국제 생선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참치가 인기를 끌게 됨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 등 관련국 생산업체들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동원산업은 2008년 세계 최대 참치캔 제조회사인 스타키스트(StarKist)를 인수하는 등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 3일 구현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동원산업의 올해 3분기 연결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8% 증가한 6천279억원, 영업이익은 62.8% 늘어난 734억원을 기록했다. 사조산업도 마찬가지로 매출이 오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학계·시민단체에서는 조업 과정에서 무분별한 남획이 이뤄져 향후 참치자원 ‘씨’가 마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2년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보고서 등에 의해 드러난 한국 원양업체 불법조업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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