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인구통계에서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앞지른 지도 몇 년이 지났습니다. 출생성비도 남녀 간의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요. 대학진학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공무원 시험이나 입사시험에서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계속 활발해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었던 남존여비나 남아선호는 이미 옛말이 되었고 대신에 맞벌이와 여성상위가 대세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고 일하는 여성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취업시장에서 차별 없이 공정하게 경쟁하기가 어렵고 취직 후에도 승진 또는 신분보장 면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임원이나 고위공무원의 여성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실상이지요. 2014년에 UN이 발표한 여성권한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109개국 중에서 61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인력의 잠재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오히려 다른 나라 여성에 비해 월등한 능력과 출중한 생활태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남성 인력에 비해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근래에 스포츠나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한국 여성의 세계 진출 사례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비중과 역할은 계속 커질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남성우위의 사고와 성 역할에 대한 낡은 인식을 바꾸어서 여성 인력을 제대로 대접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출수록 사회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한 발전이 촉진되겠지요. 즉 여성인력의 활용이 곧바로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 가정과 육아를 위한 복지,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등 기업들의 여성 친화적 제도도 점차 다양하고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고, 성 구분 없이 누구나 가정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이상 구성원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계층과 세대를 막론하고 여성 친화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친화적 사회는 여성만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우수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사회인 것입니다. 또한 이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해법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회로 도약하는 길을 열어줄 솔루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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