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오늘 누구나 가슴 쿵쾅하게 만드는 최고의 라스트씬

▲ 지난 12월 13일 열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이 영화의 라스트씬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기만 하다. 카메라는 연희(김태리)의 동선을 따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틸트업(tilt-up) 된다. 그리고 연희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 무엇. 일순간에 탁 트인 광각의 시야.


그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30년 이상 억눌려 있던 뭉클함이 솟구치면서 심장을 ‘탁’ 치니 ‘억’ 하는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물론 이것은 당시 국가가 국민에 했던 차갑고 공허한 변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뜨겁고 진실한 인간의 마음이다.


2017년은 30년 전 그때처럼 큰 곡절을 겪은 한 해였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파사현정(破邪顯正)으로 정했다고 한다. 사견이나 사도를 혁파하고 정의를 세운다는 의미처럼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과정이 당분간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한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만나게 될 영화 <1987>은 장준환 감독의 말처럼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울 같은 영화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영화 <1987>은 1987년 1월 발생한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는 6월 10일 시청 앞 광장으로 관객을 데려다 놓는다.


영화는 약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부조리에 맞서 싸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정치가 아무리 부패했어도, 내 삶이 팍팍했을 지라도 한 청춘의 억울함에, 국가가 개인에게 행한 폭력에 눈감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 부녀사이 같은 외삼촌과 조카로 영화에 등장해 꿀케미를 보여준 배우 유해진과 김태리.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실존했던 분들이다. 박종철 열사가 부검도 없이 화장될 뻔 한 위기를 막아낸 검사, 사망 진단을 내렸던 의사.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린 신문기자, 한때 국가의 개로서 존재했지만 반성하고 진실을 알리게 된 안기부 요원, 그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교도관과 교도소장, 민주화운동 인사들 모두 주인공이다.


박 열사의 죽음을 은폐하려 했던 당시 전두환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도 모두 실제 인물들이다. 특히 박처장(김윤석)은 그 중심에 있으면서 그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억압한다.


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각 주인공들은 옳은 일을 하기위해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날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연희는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


영화 속에서 연희는 유일한 허구의 인물이다. 아마도 가장 현재에 가까운 캐릭터일 것이다. 노동조합원으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둔 자신은 외삼촌(유해진)까지 그렇게 될까 늘 두려워한다. 운동 좀 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는 6, 70년대에 운동권 대학생인 아들에게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말하는 어머니들의 정서와 닮아있다. 이 말은 틀린 말이 전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 말을 그대로 따랐다면 5.18광주의 비극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 87학번 새내기 대학생을 연희를 연기하며 현재의 관객들을 그 시절로 이끄는 역할을 한 배우 김태리.

배우 김태리는 여전히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영화 시사회때나 다른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연희가 전경 버스 위에 올라갔을 때 연희의 감정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촛불집회에서 느낀 감정이랑 비슷했다는 얘기다.


그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연희가 느꼈을 감정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3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비슷한 점도 있다.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버스 지붕 위에 올라갈 필요는 없다. 대신에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1987>을 보면서 잠시 쉬고, 과거를 생각해보고 현재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기자간담회 도중 웃음이 터진 김태리다.

▲ 박종철 열사의 주검이 화장되지 않게 했던 실존 인물 최검사 역의 배우 하정우,

▲ 박처장의 밑에서 일했지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얘기하려고 하는 안기부 요원 역을 맡은 배우 박희순.

▲ 볼 빵빵해진 배우 김태리.

▲ 진실을 알리려는 정의의 교도관 역할을 한 배우 유해진.

▲ 안기부 박처장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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