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새해 첫날을 원단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뭔가 다짐을 하면서 한해의 계획을 세우는 때입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우리 사회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결심을 해보기도 하지요. 불과 40여년 전만해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가장 큰 새해 소망이었습니다. 복조리나 체를 내걸어 액운이나 악귀를 쫓기도 했고, 새해 첫날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 해 농사의 길흉을 점쳤던 ‘청참’이라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태평성대를 가리키는 말로 ‘시화연풍(時和年豊’)이라는 말이 자주 쓰였다고 합니다. 시절이 평화롭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이지요. 풍년이냐 흉년이냐에 따라 그 해 살림살이가 달라지던 때이기에 풍성한 식량을 거두어 농민이 행복해지는 것이 그 해 모든 국민의 행복과 통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벼농사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이 우리 경제를 움직이고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농업의 비중이 불과 2%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인지라 풍년 농사가 나라의 행복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저는 우리 농어촌이 행복하고 농수산업이 잘돼야 모든 국민이 행복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농어촌은 5천만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과 우리 밥상에 오르는 농수산식품의 안전을 책임집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농어촌은 우리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아름다운 경관을 보전하는 소중한 터전입니다. 또한 우리 민족 고유의 공동체 정신과 전통문화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곳도 바로 농어촌입니다. 따라서 농어촌의 행복은 농어촌에 사는 주민 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이웃들의 웃음이자 지역사회의 상생과 발전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저의 고향 시골 마을로 귀향해서 처음 맞이하는 해인지라 더욱 농어촌의 행복이 우선적인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반세기 만에 돌아온 저와 제 아내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농어촌 고향마을의 이웃들부터 2018년 무술년 황금개띠 새해에 더욱 행복해졌으면 하는 소망을 빌어봅니다.

농어촌이 행복해지려면 우선 도시에 못지않게 다양한 산업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해서 일자리와 소득 기회를 갖춘 활력 있는 곳으로 농어촌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젊은 여성들이 농어촌에 많아져야 합니다. 젊은 여성이 없으면 젊은 남성도 없게 마련이지요. 그 결과는 우리가 눈앞에 보고 있는 우리 농어촌의 자화상, 출생신고가 없고 아이가 없는, 그래서 미래가 없는, 소멸해가는 지방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젊은 여성들이 농어촌에 많이 살게 하려면 먼저 그들에게 매력적인 농어촌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는 늘 주장합니다.

농어촌에 대한 여러분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희망의 씨앗이 되어 행복이라는 결실을 맺는 새해가 되기를 빕니다. 올 한해는 우리나라의 행복이 우리 농어촌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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