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새해 덕담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아마 ‘건강’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겠지요. 요즈음은 애나 어른이나 안전한 식품은 물론이고 건강식품에 대한 열기가 뜨거울 정도로 온 국민이 자신과 가족, 친지의 건강에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지만 다소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건강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서 때로는 본말(本末)이 전도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니까요.

사람의 몸을 우리 조상들은 사대육신(四大六身)이라고 불렀답니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이 이른바 사대육신의 네 가지이지요. 첫째 뼈와 근육, 즉 근골(筋骨)은 ‘흙(地)’에서 비롯되고, 둘째 순환계(循環系)를 구성하고 있는 피와 몸속의 수분(水分)은 ‘물(水)’입니다. 근골과 순환계가 작동하려면 체온이 정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이 바로 음식의 섭취와 소화, 배설까지 포함한 소화계(消化系)인데 이것이 ‘불(火)’입니다. 다음이 흙을 재료로 불을 때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산소인데 이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호흡계(呼吸系), 즉 ‘바람(風)’이지요.

인간의 육신이 생성되는 과정이 지수화풍의 순서로 진행된답니다. 먼저 근골이 생기고 순환계가 이어지며 체온이 이들을 뒷받침해야 하고 공기가 들어가서 마침내 육신이 작동하게 된다는 이치라고 보면 되겠지요. 죽을 때는 반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먼저 숨이 멎고 몸이 식으면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마지막에 근골 모두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이치이지요. 그런데 뭐가 하나 빠진 것 같지 않습니까? 감각 센서와 컨트롤 시스템이 있어야 질서가 유지되고 지휘가 가능해지겠지요. 이것이 신경계(神經系)와 두뇌, 즉 ‘마음(心)’에 해당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이를 통칭해서 ‘혼령(魂靈)’이라고 불렀다고 생각됩니다.

혼령이 없으면 살아있다고 해도 주인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인체는 개개의 소우주(小宇宙)와 같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지만 두뇌와 신경이 없고,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율신경만 가지고도 면역과 신체방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마음이라는 주체가 없으면 장수가 없는 군사가 되기 마련입니다. 즉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건강의 가장 큰 적(敵)은 병(病)과 사고(事故)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의 근본원인은 인체의 질서가 깨지거나 어느 부분이 고장 나는 것입니다. 전염병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지만 더 흔한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병입니다. 상사병이나 울화병이 대표적이겠지요. 요즈음 표현으로 쇼크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그것입니다. 사고도 조심하지 않는 마음자세가 그 원인이 되지요. 다시 말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건강의 첫걸음”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몸을 함부로 대하고 혹사하는 것도 마음이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술로 평생을 보내면서 제 몸을 아무렇게나 팽개치며 살았다고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조실부모한 한(恨)이나 우국충정 때문이었다고 핑계를 대보기도 하지만 정말 몸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혼령은 그 자체로 신령스러운 것입니다. 마음은 그 자체로 신비스럽고 불가사의한 것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생각’의 주체도 마음이요 ‘신앙’의 주체도 마음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지수화풍’의 사대육신, 몸을 돌보는 일에 못 다한 마음을 기울이는 동시에 자신의 혼령과 마음을 찾고 다스리는 ‘마음수련’에 더욱 관심을 쏟아보겠다고 새롭게 다짐해봅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