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일상화 된 비리에 대한 관찰 카메라!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출연 배우들이 포토월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경, 김옥빈,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1일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됐다.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김상경, 김옥빈,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 등이 참석했고 후반작업에 참여한 이은 감독과 최강혁 PD가 故 홍기선 감독의 빈 자리를 대신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최초 방산비리 소재’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1급기밀>은 현재까지도 방산비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현재 진행 중인 실화’라며 홍보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박 중령 역을 맡은 김상경과 기자 김정숙 역을 맡은 김옥빈이 참여했다.

영화가 모티프로 삼고 있는 실제 사건은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와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군납 비리 폭로 등이다.


영화는 1997년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 사건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나머지 두 사건의 요소를 반영시키고 있다.


故 홍기선 감독은 <이태원살인사건>, <선택> 등을 연출하면서 ‘5.18’이나 ‘6월혁명’과 같은 역사적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크지만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더 관심을 보여왔다.


▲ 11일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국방부 외자부장 천장군 역을 맡은 최무성(왼쪽)과 천장군의 충성스런 심복 남선호 대령 역을 맡은 최귀화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태원살인사건>은 1997년 이태원의 패스트푸드 가게 화장실에서 한 남자 대학생을 살해한 협의를 받은 두 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처벌받지 않은 미제 사건을 다루다. <선택>은 세계 최장기 정치범으로 기록된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 씨의 삶을 극화했다.


영화 <1급기밀>도 앞의 두 영화와 연장선상에 있다. 흔히 ‘사회고발 3부작’으로 묶인다. 이 영화는 주인공 박대익(김상경)이 평화롭게만 보이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그가 가족을 뒤로 하고 반드시 해야만 했던 선택과 그 과정을 밀도있게 보여준다.


박대익을 연기한 김상경은 “많은 분들이 정치적인 영화나 아니면 진보나 보수 영화냐고 하시는데 저희 영화는 내부고발을 하게 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영화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만약 자신이 실제로 박 중령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도 아내와 두 아이가 있다”면서 “생각은 해 봤는데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주요 세 악인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왼쪽부터)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

비리나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화에서 악역의 비중은 굉장히 크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씬스틸러 최귀화는 군수본부 소속 대령 남선호 역을 맡았다. 현재 TV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최무성은 군수본부 외자부장 천장군을 지난해 드라마 <도깨비>에서 소름끼치는 악귀 연기로 많은 사람을 받았던 김병철은 항공부품구매과의 실세 황주임 역을 맡았다.


이 세 악역은 각각 그 양상이 다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천장군은 비리 혹은 악의 근원으로 조직의 우두머리다. 비리에 대한 죄의식보다는 관행과 조직 우선주의에 사로잡힌 일종의 꼰대다.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요즘 가장 핫한 씬스틸러 배우 최귀화가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참석했다.

우두머리 주변에서 그를 조력하며 그에 기생하는 캐릭터가 늘 존재한다. 남선호는 그런 인물의 전형이다. 충성심이 강한 일명 ‘충견’인 것이다. 최귀화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진짜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며 좌중을 웃게 만든 후 “어떤 악인이든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주임 역할을 맡은 김병철은 “저는 이 인물이 진짜 일상화 된 비리에 찌들대로 찌든 인물로 생각하고 연기했다”면서 “최대한 그런 그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명쾌한 답을 해줬다.


천 장군을 연기한 최무성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역이 진짜 잘 해야 마지막에 관객들이 쾌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그런 생각으로 연기에 집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황주임 역할을 맡은 배우 김병철이 참석했다. 그는 화려한 색깔의 수트와 코트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의 악령 박중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박 중령의 제보를 받는 기자 김정숙 역을 맡은 김옥빈은 홍기선 감독을 회상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옥빈은 홍기선 감독에 대해 “그냥 푸근했던 동네 아저씨같았다”면서 “그런데 촬영할 때 제가 감독님께 못되게 군 것 같아 그 생각을 하면 죄송한 생각이 든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옥빈이 활짝 웃고 있다.

김옥빈은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소수의견>에서도 기자 역할로 출연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고발 영화에 대해 그는 “꼭 필요한 영화들이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영화들은 제작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소수의견> 때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그런데 막상 개봉이 되고 호평을 받게 돼 뿌듯하기도 하고 기뻤다”고 전했다.


영화 <1급기밀>은 오는 1월 24일 개봉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대작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시기에 사회고발 독립영화가 개봉하는 것이다. 홍기선 감독은 독립영화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독립영화 정신이 살아있는 영화를 대중영화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상업영화판에 발을 내딛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김옥빈이 참석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고 홍기선 감독을 떠올리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김상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 영화가 전혀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라고 말해 기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 11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1급기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김옥빈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그는 사회고발 영화에 자주 출연하면서 그런 영화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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