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스낵으로 재탄생해 美 시장 진출… 김치 사례처럼 방심은 금물

▲ 작년 11월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BISFE 2017에서 고등어스낵을 시식하는 해외바이어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날씬한 몸매’ ‘커다란 눈망울’의 아리따운 자태를 뽐내며 ‘소금 드레스’를 입고서 조선시대 내륙을 정복한데 이어 ‘고추장 립스틱’을 바르고 대한민국 대학로까지 유혹하는데 성공한 고등어. 그 고등어가 이제는 오대양을 건너 육대주 전체로 진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고등어는 한국, 일본, 터키, 동남아 등 주로 아시아에서 소비됐다. 일본인들은 시메사바(しめさば)라 불리는 고등어 초절임 등의 형태로, 터키인들은 바게트 처럼 생긴 전통빵에 고등어를 끼워 먹는 발륵에크멕(Balik ekmek) 등의 형태로, 동남아인들은 향신료에 버무려먹는 등의 형태로 고등어를 즐겼다.


유럽인들도 고등어를 먹긴 했으나 영국 해안가 지방에 국한되는 등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고등어에 이미 익숙한 아시아 시장, 고등어에 익숙하지 못한 구미(歐美)·중국 시장을 공략을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고등어 가공기술이 필요했다.


그 산물로 탄생한 게 바로 고등어를 시어(市漁)로 하는 부산시(시장 서병수)와 대형선망수협(조합장 임준택)이 공동개발한 ‘고등어스낵’이다.


비릿한 생고등어와 달달한 과자의 만남, 언뜻 생각하면 과연 어떤 맛일지 ‘혼돈의 카오스’가 몰려온다. 그러나 한 번 맛보면 우려는 눈 녹듯 사라진다. 매콤달콤한 독특한 맛에 고등어 반마리의 영양이 오감을 즐겁게 한다.


고등어스낵은 지난 2016년 4월 국립수산과학원이 비린내 제거 기술을 개발하면서 비로소 상용화될 수 있었다. 같은해 부산 소재 초중고 재학생 3천여 명에게 급식으로 제공한 결과 폭발적 반응이 쏟아졌다. 부산야구의 메카 사직야구장 인근에는 전문판매점이 문을 열기도 했다.


맛과 영양으로 검증된 고등어스낵에 대한 해외반응도 뜨거웠다. 작년 11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한데 이어 주문량까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알려지다시피 미국은 국제사회 소비 트렌드의 표본이다. 코카콜라, 햄버거 등 미국인의 식습관은 곧 세계인의 식습관이 된다.


첫번째 수출시장이 미국이고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곧 고등어스낵의 육대주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셈이 된다. 김동현 수협 상무는 “고등어의 옛 명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유통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해외시장 석권에 의욕을 나타냈다.


▲ 정부가 야심차게 한류화를 추진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치.


미스 고, 방심은 금물!


다만 그간 해외에서의 한국요리 한류(韓流)화 시도에 있어서 성공사례가 그리 많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성급한 환호는 금물이다.


실례로 과거 우리 정부가 추진한 김치의 한류화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높다. 발효음식의 특성상 독특한 풍미를 가진 김치의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물론 야심차게 제작한 홍보 애니메이션이 ‘괴작’ 취급을 받으며 컬트적 인기를 얻게 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왔다. 일본식 김치인 ‘기무치(キムチ)’가 해외시장을 선점한 것도 이유로 꼽혔다.


다수 예능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외국인에게 김치 억지로 먹이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내에서도 비판소재가 되어 왔다. 스웨덴식 청어 발효식품인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 중국의 썩힌 두부요리인 처우더우푸(臭豆腐), 일본의 콩 발효음식인 낫토(なっとう)를 한국인에게 억지로 먹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들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이 억지로 섭취한 후 부정적 기억만 남아 도리어 이들 음식을 더 멀리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처럼, 김치를 억지로 먹게 된 외국인들도 김치를 한 층 꺼리게 되는 부작용만 야기한다는 것이다.


분명 고등어스낵은 전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과자의 형태로 가공됐다는 점에서 김치의 사례와는 차별화된다. 하지만 ‘우리의 미각’이 아닌 ‘현지의 미각’을 기준으로 해서 육대주 각국 국민들의 입맛에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꾸준한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바른 홍보도 필수적이다. 2011년 제작된 김치 홍보 애니메이션은 국비 1억4천만원이 투입됐으나 아마추어같은 작화, 개연성 없는 스토리, 김치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 등으로 조롱받아야 했다. 결국 이 작품을 만든 재미교포 감독 강모 씨는 ‘시간과 예산이 부족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일본 혐한(嫌韓)들에게 한국 비하 소재로 널리 쓰인 뒤였다.


일본 등 타국이 고등어스낵을 도용해 해외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견제해야 한다. 중국 산둥(山東)의 자장몐(炸醬麵)이 우리의 자(짜)장면이 되고, 마찬가지로 산둥의 차오마몐(炒馬麵)이 일본의 나가사키잔폰(長崎ちゃんぽん)이 되고 그것이 다시 우리의 짬뽕이 되고, 우리의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가 되고, 이탈리아의 피자가 미국식 피자가 된 것처럼 이미 ‘우리 것’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다.


남의 것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 해외에 먼저 알리면 그것은 내 것이 되는 게 냉혹한 시장생리라는 점은 고등어스낵의 한류화 노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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